조용하지만 깊숙한 침투 곳곳서 … 감염 차수 구분 의미 없어

이태원 클럽에서 출발한 바이러스 확산이 7차 감염 사례까지 나오는 등 코로나19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음식점 방문자와 옆자리 손님, 직원이 동시에 확진을 받는 등 조용하지만 깊숙한 침투가 현실화됐다. 감염병 종식이 아닌 바이러스와 공생을 전제로 방역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 이후 늘어난 확진자는 강서구 3명, 관악구 동작구 광진구 성동구 각 1명 으로 모두 7명이다.

26일엔 8명의 6차 감염 환자에 이어 7차 감염 사례까지 나왔다. 7차 사례는 26일 확진받은 성동구 29번째 환자 ㄱ(23)씨다.ㄱ씨는 성동구 26번째 확진자인 ㄴ(65)씨 자녀다. ㄴ씨는 지난 17일 성동구 23번째 확진자인 ㄷ(61)씨와 함께 '이가네곱창' '참나라숯불갈비' '금호7080' 등 식당, 주점 세곳을 들렀다. ㄷ씨는부천 돌잔치에 참석했던 '일루오리' 식당 종업원과 접촉해 감염된 5차 감염자다.

ㄷ씨와 같이 지난 17일 식당 등을 들렀던 일행 2명이 이날 추가 확진을 받았다. 이로써 ㄷ씨를 포함한 일행 6명이 감염됐다. 또다른 6차 감염자 3명은 ㄷ씨 일행 옆좌석에 있었던 별도 일행이다. 다른 1명은 해당 가게 종업원이고 또다른 1명은 ㄷ씨 일행이 들렀던 '참나라숯불바베큐'에 이들과 같은 시간대에 방문했던 손님이다.

이른바 n차 감염. 간헐적 집단감염이 속속 발생하면서 바이러스의 조용한 전파와 지역사회 침투가 만연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때문에 바이러스와 공생을 전제로 방역 대책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기수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n차 감염을 구분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첫 환자 이후 20일만에 7차 감염이 생겨났다. 3일에 1차씩 감염이 확산됐다. 이를 우리나라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인 1월 20일로 역산하면 사실상 28차 혹은 29차 감염이 이뤄진 셈이다. 이태원발 7차라는 구분이 방역적으론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바이러스와 공생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약한 고리 보완에 힘을 집중하는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교수는 "공생에는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사회와 국가가 이를 어떻게 보전하고 대응할 것이냐에 따라 나쁜 공생이 될지, 좋은 공생이 될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생을 전제로 대응전략을 세우되 약자들이 더 나락에 떨어지고 사회적 비용이 폭증하는 일을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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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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