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구원장 "증세해야", 국책연구기관 KDI도 가세
기재부 "국민공감대 우선" 청와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아직까지 미온적이다. 증세 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간 불필요한 국론분열과 사회적 논쟁만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현재로선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동안 공론화 과정 자체가 길어질 수 있으므로 "현재가 공론화할 적기"라는 지적을 해왔다. 특히 최근 두 국책연구기관이 증세 문제를 공론화해 주목된다.
◆"아직 재정여력은 있지만" =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26일 재정포럼 5월호 특별기고에서 "일정 수준에서 국가채무비율에는 한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면서 우리나라의 재정여력은 아직은 충분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을 237~363%포인트(p) 높일 여력이 있다는 2015년자 해외연구를 인용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액 한도를 지난해 1914조원이었던 GDP의 2~3배인 3828조~5742조원 수준으로, 상당히 높게 제시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차 추경 편성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본예산보다 13.8조원 늘어난 819조원이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기존 39.8%에서 약 2%p 오르게 됐다.
김 원장은 국채금리에서 명목성장률을 뺀 '실효이자비용' 추이를 기초로 "단기적으로, 그리고 중기적으로 한국의 재정 여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원장은 "현재와 같은 시기에는 재정지출과 동일하거나 적은 규모로 증세하는 경우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규모가 큰 일회성 지원금은 부채로 재원을 조달하고, 중기적인 공공투자 등은 증세와 부채로 함께 조달하는 방안이다.
◆KDI 도 중장기 증세안 제시 = 최근 경제전망을 내놓은 KDI도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재정지출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해 재정수입도 확대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서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어렵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복지 수요가 확대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므로 그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국책연구원의 증세론이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전후해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이 회의에서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심스런 정부입장 = 다만 청와대는 현 상황에서 증세 논의를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확장적 재정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세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여러 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입장도 비슷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증세 문제는 국민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한 사안이어서 쉽게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하는 중기재정계획에도 이 문제 때문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거듭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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