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실무회동 갖고 코로나19 공동 대처키로 … 은성수, 노조 지도부와 별도 회동도 계획

은행권과 보험 및 카드, 증권사 노사까지 참여하는 범금융권 노사정대화체가 가동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권 노사정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와 별개로 금융권 노조 지도부와 접촉을 확대하면서 위기 타개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권 노사 및 제2금융권 노사 실무책임자들은 지난 29일 모임을 갖고 '금융노사정 대화체' 가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그동안 노사정 대화에 불참했던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등의 노조가 다수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가 참여했다. 민주노총이 최근 22년 만에 노사정 사회적대화에 전격 참여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노사정은 지난 4월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노사정 공동선언을 했다. (사진 외쪽부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선언문에 서명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은행연합회 제공


지금까지 노사정 대화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중심으로 한국노총이 중앙단위 대화에 참여했고, 은행권 중심의 금융노조가 참석했다. 따라서 그동안 불참했던 민주노총 소속 사무금융노조가 별도의 대화기구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판이 더 커진 셈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 국면이 금융 노사정대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융 노사정대화의 틀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경사노위 금융분과에서 대화를 해 왔지만 노사간 이견이 워낙 크고 상호 신뢰도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은 코로나19로 조성된 위기국면에서 금융권이 급하게 해야 할 일부터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기구의 구성이나 운영, 논의 주제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소상공인 대출 등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당장 제기되는 현안부터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달 중순 금융노조 및 사무금융노조 지도부와 별도의 회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중시하는 은 위원장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평소 소신대로 협력적 관계 구축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출 등 금융회사 직원들이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했는 데,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서로 격려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은 위원장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등은 지난 4월 금융노사정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권 노사정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특별연장근로제 추진 △주52시간 근로에 대한 유연한 운영 △한시적인 경영평가 유보 또는 완화 등에 합의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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