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침체 속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4차산업혁명을 앞당겨 새로운 세상을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팬데믹(pandemic)은 기존 사회에 위기를 초래함과 동시에 새로운 분야의 발전을 가져왔다. 잉카제국이 천연두로 멸망하면서 엄청난 금과 은이 유럽으로 쏟아져 유럽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흑사병은 중세 유럽을 붕괴시켰지만 동시에 르네상스 시대와 자본주의를 낳는 산파 역할을 했다.

경기침체 때마다 디자인이 활력 불어넣어

코로나의 강한 전염성으로 인해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중요시되는 디지털 콘택트(Digital Contact)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헬스케어 등의 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러한 산업의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수단은 어떤 것이 있을까? 디자인이 그 해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경기침체 때마다 활력을 불러온 것이 바로 디자인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1970년대 후반 IMF 원조를 받을 만큼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으나 대처 수상이 ‘디자인 아니면 쇠락!’(Design or Decline!)이라는 슬로건으로 강력한 디자인 진흥책을 시행해 위기를 극복한 영국이 대표적 사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여전히 소비자 관점에서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기술발전이 곧 혁신이라 생각하며 기술투자에 매진했고, 그 결과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이제는 기술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점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태블릿을 이용한 전자필기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 같은 필기감을 그대로 느끼면서 다운로드 받은 교안에 직접 글씨를 써 덧붙일 수도 있고, 모든 과목의 필기를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렇게 디지털 세상의 편리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특허청에서도 이러한 디자인을 보다 쉽고 빠르게 권리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6만5000건 이상의 디자인이 출원되는 디자인 강국이다. 지난해 해외 디자인권 확보를 위한 국제디자인 출원건수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글로벌 시장을 압도하는 디자인이나, 한국 출신의 스타 디자이너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디자인과 기술은 하나다’라는 디자인 철학으로 유명한 다이슨사는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성공 신화로 디자인 중심 기술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는 혁신기술과 글로벌 디자인산업을 선도하는 디자인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혁신기술과 디자인 결합이 중요한 이유

‘먹방’ 트렌드를 타고 셰프의 인기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시대가 되었다. 냉장고 안에 숨어있던 재료만으로 산해진미를 만드는 셰프와 같이 디자인은 위기의 시대에 휴화산처럼 잠자고 있는 기술을 깨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세상을 멋지고 아름답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디자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