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장애.성적지향 등 21개 차별사유 규정

악의적 차별시 3~5배 가중적 손해배상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을 제정하라고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전원위원회를 열고 인권위가 제시하는 평등법 시안을 참조해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전원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의 원칙은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핵심 원리로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이미 평등법이 존재한다”면서 “21대 국회는 평등법 제정에 온 힘을 쏟아달라”고 요청했다.

인권위가 제시한 평등법 시안에는 21개 차별사유가 규정됐다. 성별.장애.병력.나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피부색.출신지역.신체조건.혼인여부.임신 또는 출산.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종교.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전과.성적지향.성별정체성.학력.고용형태.사회적 신분이다.

최 위원장은 “21개 차별사유 외에도 사회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예시적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어떤 것이 차별인지 규정하는 차별 개념은 5가지로 분류됐다. 직접적인 차별 외에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 등이다. 성희롱은 물론 방송 등 미디어에서 혐오표현 등 차별을 조장하는 광고를 할 경우 이 역시 차별행위라고 본 것이다.

악의적인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에 따른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가중적 손배 조항도 시안에 포함됐다.

인권위는 출범 초기부터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왔지만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에 대한 일부 기독교계의 반발로 제대로 입법추진을 하지 못했다.
이에 인권위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을 법안명에 사용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새 이름으로 이 법안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비우호적이었던 여론은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국가인권위가 공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는 차별금지와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7%가 성별.장애.인종.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한편,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권인숙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서명해 가까스로 법안 발의를 위한 최소 요건인 10명을 채웠다.

장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는 차별금지 사유에도 성별.성적지향.종교.장애.나이.성별정체성.언어.고용형태 등이 포함됐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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