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례 대책에도 수도권 아파트 가격 급등

"사실상 정책 실패" 진보진영서 비판 쏟아져

3040 '내집 장만' 멀어져…지지기반 약화 우려

21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인 진보진영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부동산 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발언하는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참여연대는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3년 동안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땜질식' 핀셋 규제와 오락가락하는 정책 추진으로 주택 가격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며 "집값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문제는 정부가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만 뒤늦게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핀셋 규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핀셋, 땜질, 뒷북 규제와 임대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 대책 추진에는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의 주거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한다"면서 "주거부동산 정책 기조의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구체적으로 △보유세 실효세율 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상환능력에 따른 DSR(채무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강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 폐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국 투기과열지구 전역에 분양가상한제 시행 △장기 공공 임대 주택 확대 등 투기규제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7가지 요구안을 제안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연합은 23일 문재인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3억1400만원이 폭등해 상승률이 52%에 달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때였던 2008년 12월~2017년 3월까지 상승률 26%에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에 따른 불로소득 추정치는 문재인정부 3년간 493조원으로 박근혜정부 시절 155조원의 3배가 넘었다.

이에 따라 저소득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가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문재인정부 임기 초 41년에서 지난해말 72년으로 31년이나 늘었다.

박근혜정부 임기초 35년에서 임기말 41년으로 6년 늘어난 것과 비교해 서민들이 서울에서 내 집 장만하는 일이 훨씬 힘들어졌음을 보여준다.

경실련은 "부동산 문제가 점점 악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있다"며 "진정으로 집값을 되돌릴 의지가 있다면 무분별한 대규모 개발정책을 중단하고 근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문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부터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로 기다리라"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들었다고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 나겠다 싶었다"고 적었다. 그는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이라며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진보진영에서 제기된다는 점은 문재인정부에겐 아픈 대목이다. 특히 가파른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내집 장만을 꿈꾸는 30, 40대에게 집중된다.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30~40대와 진보진영이 부동산 문제로 인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안정되기를 바랐던 지지층들에게 실망을 줄 수밖에 없다"며 "참여정부에서 집값 폭등이 민심 이반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 정권의 지지기반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장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나갈 것"이라며 "지난해말 보유세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아 시행하지 못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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