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서 의원간 동시소통

법안동의도 카톡방서 받아

회의·식사 소통, 추억으로

미래통합당 이주환(부산 연제) 의원은 지난달 16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곧바로 통합당 의원 103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방에 대북 규탄 결의안을 올리고 "발의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과거 같으면 이 의원 보좌진들이 규탄 결의안을 들고 통합당 의원실을 돌아다니며 일일히 설명하고 도장을 받아야 했던 일이다. 엄청난 발품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이 의원이 카톡방에 결의안을 올리자마자 동료의원 45명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곧바로 공동발의자가 됐다. 기자회견과 국회 의안과 제출에 동행할 의원까지 카톡방에서 '자원' 받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의원은 1일 "카톡방이 동료의원들과 소통하기에 효율성이 좋기 때문에 애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21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151명에 달하면서 의원들간 소통문화도 급속히 바뀌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의원들간에 현안을 논의할 때는 회의실이나 음식점을 전전하기 일쑤였다. 이런 모임도 의원을 대신해 보좌진끼리 잡곤 했다. 법안이나 결의문 동의를 받을 때도 보좌진들이 발품을 팔았다. 논의가 시급한 현안이 생기면 의원들간에 전화라도 해야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의원들이 절차와 의전 대신 효율을 우선시하면서 카톡방 소통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대면 회의나 전화 대신 카톡을 통해 상당수 현안을 논의하는 것. 코로나19 확산도 소통방식 변화에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앞선 이 의원의 경우에도 동료의원간 카톡방만 10여개에 달한다. 통합당 의원방, 초선방, 부산 초선방, 부산 의원방, 부산울산경남 의원방, 원내대표단방의 기본멤버이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연구모임이나 공부모임방에도 들어가있다. 이 의원과 동료의원간 소통은 카톡방 10여개에서 대부분 이뤄지는 것.

통합당 초선의원 58명이 참여하는 카톡방이 가장 활발하다는 평이다. 초선의원들이 경쟁적으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올리고 때론 반박도 나온다고 한다. 지난달엔 초선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자는 한 초선의원의 제안을 놓고 활발한 찬반 개진이 있었다는 후문. 다른 초선의원은 "조금 걱정될 정도로 의견 개진이 거침 없었다"며 "그래도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선들이 (카톡방을)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의원들끼리 카톡방에서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보좌진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 한 고참 보좌진은 1일 "예전 같으면 (의원이) 보좌진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를 보기 때문에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의원이 카톡방을 애용하다보니 의원이 누구와 식사하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전혀 몰랐다가 나중에 낭패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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