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복귀 놓고 좌충우돌 … "이대로 들어가면 굴욕" 기류

여당 추경심사 속도전 사실상 방치 … '여론전'에만 매달려

국회 '세월호' 비유 역풍 우려 … 내주 초 국회 복귀 가닥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보여주겠다던 미래통합당의 발걸음이 꼬이고 있다.

통합당은 새 지도부 출범 후 이른바 '좌클릭' 정책화두를 잇달아 던지며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는가 하면 '18개 상임위원장 다 내려놓기'라는 초강수로 여당을 당혹케 하는 등 신선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협상결렬 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명분론과 회의론 사이에서 '어정쩡한'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며 악수를 연발, 힘들게 이어오던 변화 노력이 퇴색하는 모습이다.

◆명분론과 회의론 사이에 갇혀 = 통합당의 발걸음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원구성협상이 최종 결렬된 29일부터다.
미래통합당 없는 법사위 전체회의 | 1일 오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점하자 통합당은 "의회민주주의가 조종을 울렸다(주호영 원내대표)"며 원내투쟁을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장외 투쟁을 않고 국회 안에서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며 "언론환경이 기울어져있지만 국회 내 활동만큼 효과적인 투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야당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나왔다.

그러나 통합당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이 강제배정한 상임위 명단에 대해 103명 의원 전원이 사임계를 제출한 채 보임계를 내지 않고 있다. "(상임위를) 강제배정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선결조건을 내걸었다.

1일에는 강제배정이 무효라며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여기에는 강제배정된 상임위 및 특위 위원장 선출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보이콧이 길지 않을 것"이라며 "상임위를 조정한 후 복귀하겠다"고 한 날이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여당이 대놓고 우리를 무시하는데 이대로 들어가는 건 굴욕이라는 공감대가 높다"며 "이번주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다음주 초쯤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합당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도 '일주일 연기'를 요구하며 불참했다. 3일까지 처리를 목표로 하는 민주당의 속도전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서다. 여당은 수용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추경예산은 3조원이 증액됐다. 대신 통합당은 이종배 정책위의장의 기자회견 등 여론전에 매달렸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국회를 '세월호'에 비유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추경 심사 강행 등을 언급하며 "국회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얘기한 '통제받지 않는 폭주 기관차'가 돼 버렸다"며 "이 폭주 열차가 세월호만큼 엉성하다"고 말했다.

곧장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교통사고에 비유해 유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더니, 또다시 지금의 국회 상황을 세월호 참사에 빗대고 있냐"며 맞받았다.

◆"원내문제 대국민 읍소 역효과" = 장기전략, 유연한 태세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통합당이 장기전략이 없다"며 "민주당도 처음에는 헤맸지만 지금은 위험을 안고 끝까지 책임지고 가겠다는 장기 전략을 정했다. 반면 통합당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 연구원은 "통합당은 소수야당의 회복기 전략 중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참고해야 한다"며 "매우 정밀하게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일사불란하게 이삭줍기 전략을 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우 지루하고 긴 과정이지만 피할 수 없다"며 "지도부를 중심으로 장기전략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체면과 굴욕을 따지는 것은 과거의 구태논리고 지금 소수 야당이 따질 게 아니다"라며 "피해자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민을 상대로 원내문제를 읍소하며 여론전을 펴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며 "태세전환을 서둘러 실질적인 원내 정책투쟁에 들어가야 한다"고 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