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북미회담 '중재자'로

외교안보라인 인적 쇄신

통일부 장관 이인영 유력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한다. 최근 악화된 남북·북미관계 전환을 위해 외교안보라인을 쇄신하고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자역'을 다시 자임하고 나선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그동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과를 다시 되돌려서는 안된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대북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문 대통령이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하는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EU(유럽연합)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전 북미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EU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에 다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최근 남북, 북미 관계 악화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반도 상황이 더 이상 악화돼서는 안되며 이는 결국 북미 정상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뜻은 이미 미국에 전달됐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청와대와 백악관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생각은 미국 측에 전달됐고, 미국도 공감하고 노력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및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29일 간담회에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지금과 미 대선 사이에는 아마도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한 바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직접 군사행동계획을 보류시켜 남북관계의 파국을 막았다는 점, 또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북미 정상이 서로를 비난하는 언사는 없었다는 점에서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남측이나 미국을 비난하지 않았고, 군사행동을 보류시켜 한반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 남북, 북미 정상간 대화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파고 들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대북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도 준비하고 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선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김연철 전 장관이 사임함으로써 공석이 된 통일부 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발탁이 유력시 된다. 이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의원으로 민주당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남북관계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어 김 전 장관 사임 직후부터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청와대는 이 의원을 단수 검증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중 인사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후임으로는 서훈 국정원장이 거론된다. 정 실장은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국가안보실장을 맡아 피로감이 쌓인데다 최근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선 파격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교체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니고 정책 의 일관성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 실장과 함께 남북관계의 핵심 역할을 한 서 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이 안보실장으로 이동할 경우 공석이 되는 국정원장 후보로는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문재인정부 첫 비서실장으로 대북문제에 깊숙이 관여했던 임종석 전 실장도 국가안보실장이나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제도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안보실장이나 국정원장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대북특사나 한반도 특보 등을 맡아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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