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산안법 개정과정 큰 실수”

안전사각지대 몰린 유지보수업무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보호를 받았던 제조업체 등의 유지보수업무 하청노동자가 법적보호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 12월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산안법 개정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정부발의로 개정된 산안법 제2조는 ‘도급인’ 정의를 ‘건설공사 발주자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포함시켰다. 이어 ‘건설공사 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고 명시했다.

고용부 산재예방정책과장 출신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법학박사)는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는 자는 시공업체일 수밖에 없고, 제철소나 발전소 등 비건설업자는 시공을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한다”며 “이들이 발주한 유지보수공사 등 건설공사는 모두 도급인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건설공사 발주자 규제를 적용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건설공사 발주자 의무(제67조)는 산재 예방조치 의무가 공사단계별로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확인하는 의무에 불과해 도급인의 그것과 비교해 그 내용과 강도가 훨씬 약하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산안법 시행령(제55조)에서 건설공사 발주자 의무를 공사금액이 50억 이상 공사에만 적용한다는 점이다. 제조업체 등이 발주하는 유지보수공사 등 대부분의 사업장내 건설공사는 50억원 미만이어서 건설공사 발주자 의무대상에도, 도급인 의무대상에서 해당되지 않게 된다. 해당공사를 수행하는 하청노동자는 법개정으로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정 교수는 “업종을 불문하고 외주업체에 의한 유지보수공사 등은 가장 위험한 작업에 속한다”며 “이전에는 산안법 보호를 받던 것이 법개정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몰린 것은 입법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고용부의 산업안전업무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국회의 법안 졸속심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임영미 과장은 “비건설업체가 발주한 유지보수공사 등도 해당 업체가 총괄관리하기 때문에 도급인의 의무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법미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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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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