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진중권 '입' 주목

통합당 메시지 불신 대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입'보다 '용병'인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장외인사'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한마디'가 더 주목받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통합당이 여권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면 반응이 무덤덤하지만, 김 위원장이나 진 전 교수의 한마디는 그 반응이 다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메신저로서 신뢰도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비대위가 들어서고 당명까지 바꿨지만 국민의 신뢰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한국갤럽 조사(6월 23∼25일, 1001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당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은 질문에 '통합당에 호감이 간다'는 답은 18%에 그쳤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69%에 달했다. 국민 다수는 여전히 통합당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통합당으로선 총체적인 '메신저 불신 현상'에 부딪혀 있는 것이다.

반면 통합당에 영입된 '용병' 김 위원장과 '장외' 진 전 교수는 상황이 다르다. 두 사람이 입만 열면 강한 주목도를 보인다. 그들은 불신 받는 통합당과 달리 여론의 신뢰가 일정부분 살아있는 것이다. 여론은 김 위원장을 통합당과 한묶음으로 보지 않는다. 진 전 교수에 대해서도 진보출신 인사로 어느정도 '객관성'을 띤다고 본다.

진 전 교수는 12일 배현진 통합당 대변인을 맹비판했다. 배 대변인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을 겨냥 "부친상 중인 사람을 때려대니, 도대체 머리에 우동을 넣고 다니냐" "야당이라고 하나 있는 게 늘 옆에서 똥볼이나 차고 앉았으니"라고 지적했다. 장외인사인 진 전 교수가 제1야당 대변인을 혼내고,이 장면이 다수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 배 대변인은 13일 진 전 교수를 향해 "막말 혹은 '똥'만 찾으시니 그저 안타깝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이 차기대선을 겨냥해 "경제마인드를 갖춘 40대" "백종원씨 같은 분 어떠냐" "당 밖에서도 꿈틀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는 식의 스무고개 같은 발언을 쏟아내지만, 여론과 언론은 인내심을 갖고 김 위원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보수언론이 그나마 신뢰를 얻는 '김종인·진중권 카드'를 활용해 대여 공격에 나서면서 두 사람의 주목도가 다시 상승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보수언론이 보수정당과 검찰, 재벌을 앞세워 여론을 이끌어왔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그 영향력이 크게 쇠퇴했다"며 "보수언론이 요즘은 신뢰도가 떨어진 보수정당 대신 김 위원장과 진 전 교수를 통해 대여공격을 하고 여론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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