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치 않은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고민 깊을 듯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여름휴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9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장 수여로 대북라인 교체인사가 마무리되고, 다음달 15일 제75주년 광복절 행사가 예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다음 주쯤 휴가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예상치 못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문 대통령이 휴가를 반납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예정대로 여름휴가를 다녀오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기념촬영 하는 문재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은 이 장관의 부인 이보은씨.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문 대통령은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느라 올들어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다. 오랜 만에 맞이하는 휴식이지만 문 대통령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어려운 국정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까닭이다.

당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부동산 문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이 이어지며 추락한 국정지지도를 다시 끌어올리고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주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체 응답의 45%였다. 5월 첫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7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석달여 만에 26%p나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48%로 조사됐다.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건 코로나19사태가 악화됐던 3월 초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문 대통령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대북라인 교체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구상에도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9일 신임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박 원장에게 "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며 가장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갖춘 분"이라고, 또 이 장관에게는 "추진력이 대단한 분"이라고 평가하면서 "막혀있고 멈춰있는 남북관계를 움직여 나갈 소명이 두 분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는 어느 한 부처만 잘해서 풀 수 없다"며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이 원팀으로 지혜를 모아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야 갈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늦어지는 가운데 권력기관 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한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전환기에 수장을 맡았다"며 "검경관계가 지휘복종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관계가 되면 경찰 수사능력과 인권 보호를 위한 민주적 역량을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여름휴가는 한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2017년 첫 여름휴가 때에는 휴가 시작 전날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4호'를 발사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휴가 첫날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대북 경계태세 강화 등을 지시한 후에야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2018년 여름휴가 때에는 청와대 조직개편, 계엄령 문건 파문 등으로 휴가 내내 보고를 받느라 제대로 쉴 틈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경제도발로 아예 휴가를 취소해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안이 많을수록 휴가가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여러 현안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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