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감사무마 의혹

월성1호기 조사와 대조

감사원이 원자력발전 월성1호기 감사는 적극 진행하면서 화력발전 위주의 발전공기업 감사는 소극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던 신정식 한국남부발전 사장에 대한 비위의혹 감사를 이첩받은 후 수개월째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무경(미래통합당·비례대표) 의원은 “산업부가 지난 5월 남부발전 사장의 비위행위를 제보받고 자체 감사하던 중 감사원의 이첩 요청으로 감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 감사는 통상적인 기관에 대한 감사이고, 산업부가 진행해온 것은 사장 개인의 비위행위 감사인 만큼 중복감사라고 규정하기 어렵다”면서 “몇개월째 공공기관장 비위의혹을 방치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장의 개별 비위의혹에 대해 자체 감사중인 사안을 넘겨달라고 요청한 감사원이나, 공식 문서 없이 유선상 제의만으로 감사를 중단한 산업부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5월 22~26일 감사를 진행하던 기간에 감사원으로부터 2분기(6월로 예상) 중 발전공기업 전체에 대한 감사계획이 있으니 이첩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감사원이 감사 전문기관이고,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감사 우려가 있어 자체감사를 중단하고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부 감사관실에 계획된 감사만 20건이 넘어 (제보를 받았다고)우리가 모두 담당하기 어렵다”며 “어느 기관이 감사하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가 제보를 통해 감사에 착수했던 내용은 신정식 사장이 직접 관여한 15개 프로젝트로 이중 △하동화력발전소 저탄장 설계변경 및 사업자 선정 △스마트발전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등 5개 사업에 집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탄장은 석탄 수급조절을 위해 다량의 석탄을 저장하는 장소인데, 최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쇄형으로 건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남부발전이 막구조로 설계를 변경한 게 문제발단이 됐다.

발전공기업 한 관계자는 “막구조 저탄장은 당장의 건설비용은 저렴하지만 환경기준에 부합하려면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사장 개인비위에 대한 감사를 발전공기업 전체에 대한 정기감사와 병합해 진행한다는 게 상식적이진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3월부터 감사 출장을 중단했고, 그러다 보니 감사계획이 순연되고 있다”며 “현재 화력발전공기업에 대한 감사를 준비 중이고, 준비가 완료 되는대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무경 의원은 “제보 접수 후 3개월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감사를 무마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기관장의 개인 비리인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철저한 감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식 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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