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10년간 의대정원을 매년 400여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원확대의 명분은 ‘공공의료 확충과 환자안전 강화’다. 국민들이 공공의료강화를 크게 요청하는 시점에 적절한 명분이다. 그런데 ‘공공의료 인력 확충’과 세부내용은 모순된다. 우선 매년 50명은 화장품, 기기업체 등 산업체 종사의사로 양성하겠다고 한다. 산업체가 공공의료를 한다는 것일까? 대상 의대도 정원이 적은 사립대로 한정되었다.

정부안은 결국 민간의료 강화

병원으로 보면 아산병원 삼성의료원 등이 대상인 셈이다. 캠퍼스는 지방에 있지만, 대형병원은 수도권에 있는 의대증원이 무슨 지역의료강화일까? 여기에 지역의무 복무기간에 수련과정도 포함돼 인턴 레지던트 팰로우 7년 제외하고 3년만 전문의로서 지방에서 근무하면 될 일이다. 덧붙여 지방 사립대병원은 부족해진 인턴 레지던트를 지역의무복무로 확보할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라 할 만하다.

결국 제목은 공공의료 강화인데 내용은 민간의료 강화가 되었다. 혹자는 사립의대와 의료산업체의 얄팍한 술수와 막강한 로비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물론 로비가 난무했겠지만 근본적으론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정부철학의 부재가 원인이다

코로나19로 대구경북 지역의 대규모 환자 77% 가량이 공공병원에 입원했다. 경기도의 경우 지금까지 코로나환자의 95.5%가 공공병원으로 향했다. 물론 중환자들은 결국 민간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공공병원이 너무 열악해 중증환자 진료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암튼 전체 5%에 불과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재난상황이 발생하자 정부와 지자체가 동원한 자원은 공공병원이었다. 그래서 코로나19 시기 공공의료 확충은 시대적 화두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계획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판 뉴딜’에도 빠졌고, 몇차례 발표된 코로나대응 경제계획에도 없다.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게 ‘의사정원 확대’안이다. 그것도 10여년 이후 도움이 될 ‘의대정원’ 문제가 중심화두로 등장한 건 변수가 상수를 치환한 경우다. 인력강화도 당장 ‘숙련 간호사’ 충원 계획이나, 전공의들을 중환자진료나 필수의료에서 일하게 할 계획이 우선인데 말이다. 중요한 인력충원 방안은 다 빠지고 그동안 경총 산업계 사립대병원 지방토건족들이 선거 때마다 요청한 의대설립과 정원확대 계획이 ‘공공의료 강화’로 포장되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공공의료 확대 위한 의사충원 필요

이제라도 누더기가 된 ‘의대정원’ 확대 논의는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 공공의료 확대 계획과 함께 구체성을 가지고 논의돼야 한다. 애초부터 증원되는 인력을 모조리 ‘공공의대’정원으로 돌리는 게 옳았다.

지금 의사협회는 ‘의사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모두를 백지화하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공공의대’ 설립안과 사립병원 살리기 ‘의사정원 확대안’이 뒤섞여 전공의, 젊은의사들까지 혼동에 휩싸이게 되었다. 결국 의사협회와 정부의 주장들은 일종의 적대적 공생관계로 나타나고 있다. 공공의료를 외면하면서 서로에게 빌미를 주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국민 고통은 심해지고 코로나 치료대응을 위한 피같은 시간이 낭비된다. 제대로 된 공공의료 확충 계획이 없다면, 의사협회의 ‘공공의대 반대’ 주장도 이겨낼 수 없다. 공공의료 강화정책에서 더 이상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둬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