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부모 사망이 임박하면 자녀 중 일부가 부모 인감도장을 이용해 재산 일부를 증여받는 일이 흔하다. 이 경우 부모가 돌아가셨으므로 진정한 의사로 증여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그 당시 부모의 사고기능이 온전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해 다툼이 생긴다. 통상 부모 사후에 상속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자녀들에게 자녀 중 일부가 부모 재산을 증여받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는데 다른 자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두가지다. 하나는 증여가 부모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증여로 넘어간 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을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의 증여로 인하여 자신의 유류분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관점에서는 전자가 훨씬 유리하다. 전자의 경우는 증여가 무효라고 주장하여 증여재산을 다시 되돌려 놓고 이를 상속받는 셈이므로 자신의 법정상속분 전체를 확보할 수 있으나 후자는 증여가 유효임을 전제로 자신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어서 그 가액이 상속받는 것에 비해 기껏해야 절반에 그치기 때문이다(이 경우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이다).

안 때로부터 1년, 단기소멸시효 걸릴 위험

문제는 증여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먼저 하고 만일 패소를 하는 경우 다시 유류분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하면 민법 제1117조의 유류분반환청구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민법 제1117조는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소송은 보통 1년이 넘는 경우가 많아 시효를 도과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1년 도과를 판단하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언제인지 문제가 된다. 즉 부모가 돌아가신 직후 상속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증여가 이루어졌음을 알았으므로 이때부터 1년을 기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증여 무효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단기소멸시효가 무서워 증여 무효는 소송으로 다퉈보지도 못하고 바로 유류분반환청구만 해야 한다면 재판청구권의 침해가 아니냐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처럼 먼저 소송으로 증여 무효를 주장하였다가 패소 후 다시 유류분반환을 구하는 경우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판례는 소송상 증여 무효 주장이 ‘근거 없는 구실에 불과한 것’인지 여부로 판단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은 다르다.

소장 낼 때 예비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 구해도 좋아

따라서 안전한 방법으로는 애초에 소장을 낼 때부터 주위적으로는 증여 무효를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유류분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동시에 소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렇게 되는 경우 우선 증여무효만 다투는 경우에 비해 쟁점이 집중되지 못할 우려가 있는데 증여 무효를 의심할 만한 객관적이 사정이 있다면(즉 증여 무효 주장이 근거 없는 구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증여 무효를 다투는 소송만 먼저 하더라도 적어도 그에 대한 ‘제1심’ 판결이 선고된 시점부터 1년 안에는 유류분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증여가 유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한 번 받았다면 적어도 이때부터는 그 증여가 유효하고 이것이 자신의 유류분을 침해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 실무상으로도 증여가 무효임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 증여 무효 소송의 제1심 판결 선고시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적법한 것으로 본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다.

김미전 법률사무소 김미전 변호사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