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간호사의 70% 정도가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으로 51.9%만 의료기관에 종사한다. 근속기간도 5~6년으로 턱없이 짧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병상공급이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고, 의료이용 빈도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평균 2배 이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국 간호사들의 업무강도는 국제 평균의 4~5배를 넘는다. 간호사들은 이와 같은 근로환경을 자조적 표현으로 ‘병원 경영을 위해 간호사들을 연료로 태운다’고 한다.

살인적 노동강도에도 증원 반대하는 이유

OECD 보건의료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간호사 숫자는 OECD 평균의 40%에 불과한 간호인력 부족 국가그룹에 속한다. 지난 2006년 이후 입학정원이 180%, 편입학 정원 확대까지 포함하면 250% 확대되었음에도 전체 면허간호사들의 의료기관 취업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신규간호사들이 수도권 대형기관들로만 집중돼 최고 2년까지 채용 대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형병원의 채용면접 일시를 조정하는 등 노력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대형병원들이 선발인원을 더 늘려 30~40% 만 발령하는 등 왜곡이 더 심화됐다.

인구 대비 간호인력이 절대 부족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역사회통합돌봄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은 간호사를 획기적으로 증원해야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단순한 양적확대로는 공급확대에 따른 처우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의료영역에서는 저비용 인력대체 등 시장논리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간호사 법정배치수준을 엄중하게 관리하되 경과규정을 두어 단계적으로 숫자를 늘려야 한다.

또한 간호사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업무환경을 만들고 적정업무량을 부여함으로써 이직률을 낮추어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이 병행되어야 그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양질의 간호인력 배출을 목표로 추진한 간호교육 4년학제 일원화가 그에 상응한 실습환경이 확충되지 않으면서 또 다른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203개 간호대학 중 부속병원이 있는 곳은 41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역간호사제’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실습요건을 갖춘 기관은 29개 지방의료원 중 2군데에 지나지 않아, 기존 간호대생의 80%를 차지하는 지방 간호대생들의 실습환경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간호사제’라는 인큐베이터 활용을

간호대생 과잉배출의 우려는 OECD 지표로도 입증된다. 그런 만큼 인력증원 문제는 기존 입학정원 범위 안에서 ‘지역간호사제’를 선발하는 정책 추진 등으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간호사 근로환경과 처우개선 등 현행 수가체계 아래서 선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정부 스스로 간호인력 양성과 공급의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신규간호사들이 정상적으로 실습을 하지 못한 채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현업적응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시범사업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교육전담 간호사제를 민간병원까지 전면 확대해 이들 신규간호사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특별예산 확충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