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분권시민단체 "자치분권 역행"

경찰 내부서도 "치안현장 모르는 법안"

자치경찰제 관련한 정부·여당 법안 개정안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시민사회가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8월 4일 자치경찰제 도입에 관한 정부 입장을 담아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이 문제가 됐다. 이해 당사자들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 내용이어서 법안 개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전국 17개 시·도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주민안심 지역사회 실현과 민생치안 책임행정 구현을 위해 시·도지사의 인사·조직권 등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가 요구하는 내용은 자치경찰사무의 범위 확대, 시·도자치경찰위원히의 자율성 보장, 위원회에 대한 시·도지사의 참여권한 강화,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임명 시 시·도시자 협의권 확보,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명시, 시·도지사의 자치경찰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제출권 보장, 제주자치경찰의 확대존치 등이다.

협의회장인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난 20년간 논의만 무성한 채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자치경찰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정부와 국회의 입장에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자치경찰제의 안정적 연착륙을 통한 주민안심 지역사회 실현, 민생치안 책임행정 구현 등을 위해서는 국회의 심의·의결 과정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지방분권전국회의도 이날 성명을 통해 "원래의 이원화 모델은 광역시, 도에 자치경찰본부, 시·군·구에 자치경찰대를 두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을 분리하고 지구대와 파출소의 기능을 대폭 자치경찰로 이양하도록 돼 있었으나 이번에는 기존 국가경찰 내에 자치경찰을 하나의 부서 조직처럼 두는 일원화 모델로 기본 골격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확대를 위한 자치분권강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따른 경찰권 분산이라는 자치경찰제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위장된 국가경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와 여당의 안은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의 자치경찰부서 기피, 지구대와 파출소의 지휘와 업무 혼선 등으로 오히려 치안서비스를 저해할 수 있다"며 "개정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도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새로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경찰 내부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경찰청 주무관노조 등은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안에 대한 깊은 논의 없이 졸속으로 만든 자치경찰제 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국민과 학계, 현장경찰의 여론을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한 자치경찰 추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법과정에서 현장경찰관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치안현장을 모르는 법안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난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 권고 이후 20대 국회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하는 모델로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이후 올해 들어 21대 국회에서 예산과 업무 효율성 등을 이유로 국가경찰 중 일부가 자치단체 업무를 담당하는 '일원화 자치경찰모델' 추진을 발표했고, 김영배 의원이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시행 시기는 당초 2022년에서 2021년으로 1년 앞당겨졌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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