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근로자 대신 산재보험가입근로자로 계산

건설근로자는 '추정', 실제 숫자와 큰 차이

산업재해 통계는 고용노동부 예규인 '산업재해통계업무처리규정'(규정)에 따라 산출한다. 하지만 고용부는 자신들이 만든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임의의 기준을 적용해 통계를 산출하고 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규정 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과 다른 내용을 담은 것도 있다. 국제기준과 다른 규정도 있고, 중요지표임에도 누락된 것도 있다.

한마디로 규정이 보편적 기준과 맞지 않고, 고용부는 그것조차 지키지 않은 채 산재통계를 산출하고 있다. 산재통계가 신뢰를 받기 힘든 이유다.


◆통계청 14만명 ↓, 고용부 10만명 ↑= 규정 제3조 제1항은 '재해율이란 임금근로자수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의 비율을 말하며, 재해율=(재해자수/임금근로자수)×100의 계산식에 따라 산출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규정은 '임금근로자수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상 임금근로자수를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재해율을 발표하며 통계청 경활조사 임금근로자수 대신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수를 사용한다. 지난 4월 고용부가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은 용어정의에서 '근로자수는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근로자'라고 명시했다. 임금근로자수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도 규정은 경활조사 임금근로자수를 사용하도록 명시했지만, 고용부는 임의로 산재보험 근로자수를 사용했다.

고용부가 임금근로자 대신 산재보험 가입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실제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 고용부의 올 6월말 산재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재보험 근로자수는 187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60만명보다 10만명 늘었다. 반면 통계청 경활조사 임금근로자는 올 6월말 기준 204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55만명보다 14만여명 줄었다. 한쪽은 10만명 늘어난 반면, 한쪽은 14만명 줄었다.


◆건설업 노동자수, 두배 차이 나기도 = 심각한 문제는 건설업 근로자 숫자다. 규정은 '건설업 근로자수는 통계청 조사의 5년 평균배수를 산출해 경제활동인구조사 건설업 임금근로자수에 곱해 산출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 근로자수를 계산식으로 산정한다. '건설업 산재보험 근로자수=(공사금액×노무비율)/(공사기간×건설업 월평균 보수)'가 그것이다.

고용부는 "건설업은 현장의 생성·소멸이 빠르고 노무관리가 어려워 공사금액 및 기간, 월평균 보수 등을 바탕으로 근로자수를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처리 여하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지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방식이다.

더 문제는 통계청 경활조사 건설업 임금근로자수와 고용부가 계산하는 산재보험 근로자수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2017년 통계청 건설업 임금근로자수는 154만명인 반면, 고용부 산정 산재보험 근로자수는 2배 가까이 되는 304만명이다. 2018년도 130만명이나 차이 났고, 2019년은 88만명 차이가 났다.

규정대로 임금근로자수를 기준으로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을 계산하면 현재보다 크게 오르게 된다. 2019년 건설업 임금근로자수는 160만명이고 사고사망자가 428명으로 사고사망만인율은 고용부 계산 1.72에서 2.66으로 크게 오른다.

◆국제 통계기준 '요양' 아닌 '휴업' = 산재통계 분모뿐 아니라 분자도 문제다. 규정은 '재해자수란 근로복지공단(산재보험)의 휴업급여를 지급받은 재해자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4일 이상 산재요양이 승인된 재해자수로 분자를 계산한다. 이 역시 규정 위반이다.

고용부가 실제로 산출하고 있는 요양기준 통계는 재해강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주요 선진국가는 재해강도를 요양기준이 아닌 휴업기준으로 계산하고 있다. 국제기준과 맞지 않는 셈이다. 고용부가 규정을 안 지킨 것도 문제지만 규정 자체에도 큰 문제가 있다. 분자를 산재보험 휴업급여 받은 자로 하면,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다른 보험 적용을 받는 노동자나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노동자는 제외된다. 산재통계가 산업안전보건법(산재예방)의 적용대상인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는 셈이다. 산재통계를 산재보험통계로 축소 왜곡시키는 근거로 사용돼 규정의 수정이 필요하다.

◆'재해건수' 아닌 '재해자수'로 계산해야 = 국제기준과 다른 규정을 두고 있거나, 중요지표임에도 빠진 것도 있다. 규정은 '도수율(빈도율)이란 100만 노동시간당 요양재해발생건수를 말하며, 도수율=요양재해건수/연근로시간수×1,000,000으로 산출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산재발생 빈도를 나타내는 도수율을 재해건수로 계산하는 것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ILO 실행지침(Code of Practice)은 재해건수가 아니라 재해자수(total number of victims)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모두 재해자수로 산출하고 있다. 올봄 이천 냉동창고 사고의 경우, 재해건수로는 1건이지만 재해자수는 사망자만 38명이기 때문에 재해건수로 계산하면 도수율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고용부가 ILO자료를 결정적으로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재해건수로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명피해(재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뻔한 '중대사고(dangerous occurrence)'가 지방고용관서 보고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어 산재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 ILO 실행지침은 '중대사고' 통계를 산재예방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영국 등 영연방국가와 일본 등 많은 선진국은 중대사고를 지방고용관서에의 보고의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12월' 아닌 '연평균' 기준으로 해야 = 산재보상 결정일을 기준으로 산재통계를 산출하는 것도 시의성이란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산재보상 결정이 산재발생 후 3개월에서 1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기초로 한 산재통계는 시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재통계는 산재 발생일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재통계의 분모에 해당하는 근로자수를 특정 시점(12월)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도 문제다. 월별 근로자수는 연중 생성·소멸사업장에 따라 변하지만 이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다. 특정 월의 근로자수를 마치 연간 근로자수인 것처럼 대입하는 것은 실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와 같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기별로 근로자수의 변동폭이 큰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매월 기준 근로자수의 연평균으로 하는 것이 월별 편차를 보정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외국도 특정 월을 기준으로 근로자수를 산정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고용부가 산재통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며 "산재통계의 국제비교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라도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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