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았다. 미국 대선 보름전의 판세를 보면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4곳의 초접전지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차기 백악관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유세장에서 연설하는 '코로나19 감염' 호프 힉스 보좌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코로나19에 걸렸던 호프 힉스 보좌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을 내걸고 플로리다주 오캘라의 오캘라 국제공항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캘라 AFP=연합뉴스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4대 초경합지들 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석권해야 하는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한곳만 차지해도 당선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후보의 백악관 탈환 길이 넓어 보인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수성 길은 여전히 좁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인 2016년 상황보다 나쁘지 않고 코로나 확진과 치료, 퇴원과 복귀를 거치면서 열성적인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어 극적인 역전승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인형 불태우는 보스턴 시위대│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코플리 광장에서 18일(현지시간) 극우 단체의 집회에 대항하는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형을 불에 태우고 있다. 보스턴 AFP=연합뉴스


◆초접전지 4곳에서 승패 결정 = 이번 미국 대선도 6대 경합지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6대 경합지역을 선거인단이 많은 순서로 보면 플로리다(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건(16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후보는 이들 6대 경합지를 맞교대로 방문해 선거유세를 벌이고 캠페인 광고도 집중해 올인하고 있다.

선거 보름전인 18일(현지시간) 현재 미시간과 위스콘신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바이든 후보에게 넘어가고 있다. 6대 경합지가 이제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4곳의 초접전지에서 차기 백악관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격전지 중에서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29명)에서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각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고작 1.4% 포인트 우세하고 최근 더 힐의 조사에선 48% 동률을 기록할 정도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두번째 표밭인 펜실베이니아(20명)에선 바이든 후보가 지난 13일에는 7.2%포인트 차이로 벌렸다가 16일에는 5.6%포인트 우세로 좁혀졌고 그 후 나온 개별 현지조사에선 3%포인트 차로 더욱 좁혀져 어느 후보가 승리할지 속단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선거인단 15명이 걸려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선 바이든 우세가 3.2%포인트에서 2.7%포인트로 줄어드는데다가 최근의 에머슨 조사에선 49% 동률로 나와 초접전지로 분류된다.

선거인단 11명이 걸린 애리조나에서는 바이든 우세가 2.7%포인트에서 4%포인트로 확대됐으나 트럼프의 4%포인트 우세라는 현지조사결과도 나와 초박빙 지역으로 꼽힌다.

◆트럼프 4곳 모두 석권해야 승산 = 초경합지 4곳에서 차기 백악관 주인이 가려질 경우 보름전 판세로는 트럼프 대통령은 4곳 모두 석권해야 재선에 성공할 수 있어 힘겨운 상황인 반면 바이든 후보는 4곳 중 한곳만 차지해도 당선될 수 있어 유리한 상황이다.

이들 네 곳의 초경합지에 걸린 선거인단 76명을 제외하면 선거 보름전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259명, 트럼프 대통령은 203명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4곳을 모두 석권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4곳의 초접전지 중 한곳만 차지해도 당선될 수 있어 유리한 상황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4년 전인 2016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시 트럼프 후보를 6대 경합지에서 5.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가 역전패한 바 있어 그보다 적은 4.5%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반된 끝내기 전략 =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서로 상반된 끝내기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세 가지 방법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지정된 투표소에 직접 나와 일찍 투표하는 조기투표(Early voting)를 할 수 있고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용지에 기표해 선거위원회에 회신할 수 있으며 11월 3일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선거당일 투표장에 나오기를 꺼릴 수 있다고 보고 지지층에게 조기 투표와 우편 부재자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표소에 직접 나와 조기 투표했거나 우편 부재자 투표용지에 기표해 선거위원회에 회신한 유권자들이 277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전에 비해 조기 투표자들이 3~4배나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 미 언론들은 밝혔다.

바이든 후보 측에서는 사전투표 중에서도 선거일까지 도착하지 못해 개표에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자 우편 부재자 투표 대신에 선거일 전에 지정된 투표소에 직접 나와 한 표를 행사하는 조기 투표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지지자들에게 우편 부재자 투표는 권하지 않는 대신 조기 직접 투표는 독려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원들의 다수가 선거당일 투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11월 3일 선거당일에 대거 몰려나오면 사전투표에서 밀리더라도 당일 투표로 만회할 수 있다면서 맞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비공개적으로는 우편투표에서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지역들에서 소송을 제기해 법적 투쟁에 돌입할 채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선거본부는 11월 3일 선거당일 밤 압승을 거둠으로써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선거결과에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한 채 승복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격전지 세곳에서는 선거당일밤 조기투표와 우편투표의 잠정치를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가 이들 세 곳을 석권하는지 즉각 판명날 수 있고 세곳을 석권이면 압승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게 바이든 선거본부의 전략이다.

◆초접전지 세 곳 승부로 압승이냐 혼란이냐 판가름 = 가장 먼저 개표하는 노스캐롤라이나는 11월 3일 투표를 마감하는 저녁 7시30분에, 플로리다는 저녁 8시, 애리조나는 동부시각 밤 10시에 잇따라 조기투표와 우편 투표의 잠정결과도 공개할 예정이어서 초반부터 개표에 반영된다. 이들 세 곳에 배정된 선거인단이 55명이나 되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가 석권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의 제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민주당측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4년전 석권했던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를 이번에도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있어 바이든 측의 압승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 곳을 모두 차지하는 등 초접전이 벌어지면 선거당일 밤에는 270명에 도달하는 승자가 나오지 않거나 선거당일 트럼프 승리, 사전투표 개표완료시에는 바이든 승리로 뒤집히며 트럼프의 이의제기와 불복, 법적투쟁과 대혼란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여전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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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