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기 등 업종서 채용 줄여

디지털 분야는 과감한 인력 채용

일본 기업들이 2021년도 대졸 신규채용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져 기업실적이 악화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석된다. 다만 디지털 신기술의 접목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신규채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의 주요기업 92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달 1일 기준으로 채용이 확정됐거나 내정된 내년도 대졸 신규채용자는 10만5442명으로 올해(11만9019명)에 비해 11.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0.5% 줄어든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신규채용 규모가 줄었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2010년(-28.6%)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이다.

업종별로는 41개 업종 가운데 35개 업종에서 채용을 줄였다. 특히 산업전반에 영향이 큰 자동차와 전기업종에서 감소 폭이 컸다. 자동차업종은 완성차와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29.4% 줄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올해보다 84.8% 줄어든 43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노무비 절감의 하나로 신규채용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자동차는 9.2% 감소한 501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전기업종은 10.2% 줄였다. 히타치제작소는 올해보다 16.7% 줄어든 500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세라도 그룹 차원에서 19.3%를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수요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과 항공업은 더 심각하다. 호텔과 여행업의 신규채용은 57.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항공(JAL)과 ANA그룹은 일부를 제외하고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을 전면 중지했다. 금융업종은 3대 메가뱅크가 비대면 거래의 확산과 점포 축소에 따라 신규채용을 일제히 줄였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9.3% 줄어든 564명,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7.3% 줄어든 510명이다.

다만 채용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테이크아웃과 배달 수요가 커지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일본 맥도널드홀딩스는 올해보다 3.7배 늘어난 19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대형 드러그체인에서 마스크와 일용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아인홀딩스그룹은 8.8% 늘린 900명을 신규채용하기로 했다.

기업의 디지털화 촉진과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관련 인재를 늘리는 기업도 있다. NTT계열사인 NTT데이터는 7.8% 증가한 510명을 채용한다.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인 5G 전용 계측기계를 다루는 안리츠는 45명으로 50% 증가했다. 롬은 20.4% 늘어난 130명을 뽑았다. 디지털기술을 사용해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도 채용을 늘렸다. 농기계를 만드는 구보타는 207명으로 12.3% 증가했다. 이 회사는 농업인구의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자동운전 농기계의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신규채용이 당장 회복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다. 2022년 채용에 대해 기업들은 "현재 전혀 방침이 정해져 있지 않다"(35.6%)거나 "내년보다 더 줄일 계획"(7.5%)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인재연구소 소와 도시미치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채용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3년이 걸렸다"며 "이번에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 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일괄 공개채용' 방식이 여전히 다수인 가운데 '상시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채용방식으로 '상시채용'이라는 답변이 46.1%로 가장 많았다. 일본 기업들이 상시채용을 통해 외국의 인재와 기존 경력직의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정부와 대학, 기업이 주도가 돼 대학 4학년이 되면 우수한 인재를 일괄 채용하는 방식의 이른바 '입도선매'가 채용방식으로 굳어져 왔다. 3학년을 대상으로 기업이 직접 설명회 등을 열어 기업 홍보활동을 하고, 4학년은 그해 6월경 면접 등을 통해 미리 취업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