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목표 ‘14%'에 그쳐

산한아이타스 ‘병목 현상’

금감원은 운용사 9곳 조사

신한 “병목현상 해소”

금융당국이 판매사 등을 통한 전체 사모펀드 1만304개에 대해 자체 전수점검을 진행 중이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모펀드 판매사는 운용사·수탁사·사무관리회사와 함께 전체 사모펀드에 대한 자체점검을 올해 7월 착수했지만 10월말 현재 진행률은 14%에 그치고 있다. 1만304개 펀드 중 1400여개 정도만 점검을 마친 것이다.

사모펀드 주요 판매사·운용사·신탁사·사무관리회사는 임원급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조직해 점검관련 세부사항을 결정했다. 이들은 우선 사무관리회사의 자산명세와 신탁사의 자산명세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사모펀드의 사무관리업무가 신한아이타스에 집중돼 있어서 점검 과정에서 소위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러 사모펀드를 동시에 점검하려고 해도 신한아이타스를 통해 자산명세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신한아이타스는 전체 공모·사모펀드의 약 40%에 달하는 260조원에 대한 펀드 사무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사무관리업무는 운용사를 대신해 펀드의 회계처리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평가 업무를 통해 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정해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병목현상이 어느 정도 풀려야지만 진행율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사무관리회사(한국예탁결제원)와 신탁사(하나은행)의 펀드 자산명세 확인이 이뤄졌다면 조기에 사기혐의가 드러날 수 있었다.

신탁사와 판매사는 펀드자산의 실재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신탁사는 펀드 자산종목에 대해 계약서 등을 통해 실제 발생사실을 확인하고, 판매사는 펀드 명세상 자산이 점검기준일 현재 존재하는지 운용사 증빙자료 등을 통해 가려내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자체조사를 통해 3개월 만에 신속한 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수점검을 통해 문제가 드러난 펀드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금융회사와 별개로 금감원은 사모펀드 전담 검사조직을 구성해 3년 계획으로 모든 사모운용사(234개)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9월말 기준 검사가 완료된 사모운용사는 9곳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3일 종합국정감사에서 “매년 60건씩 검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사를 진행하면서 속도가 많이 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원장은 “저희 나름대로 인력을 갖고 진행을 하고 있는데 금융산업 발전 규모를 봤을 때 인원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전문사모운용사 전담 검사단은 31명으로 구성됐으며 그 중 12명이 유관기관과 예금보험공사에서 온 파견 인력들이다. 검사단은 취약·요주의 운용사와 펀드 환매중단 등 위험성이 높은 곳에 대해 우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수점검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제2, 제3의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라임·옵티머스와 같이 대규모 사고가 터질만한 사모펀드는 감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아이타스는 병목현상과 관련해 “타사 대비 점검량이 다소 과중해 야근과 주말근무를 통해 병목현상을 조기 해소했다”며 “매주 진행현황을 모니터링해 내부보고 및 전사에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아이타스는 117개사의 사모펀드 전수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1단계(펀드리스트 점검) 100% 완료 △2단계(운용사 작성, 자산명세 점검) 100% 완료 △3단계 (수탁사 작성, 자산명세 점검) 73% 완료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남은 3단계 점검은 수탁회사의 자산명세 수신 즉시 진행하고 대사를 위해 아직 수신하지 못한 자산명세도 유관기관에 독촉 및 수신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한아이타스 관계자는 “이번 전수점검은 당사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당사의 의지와 상관없는 점검을 위한 유관기관 자료수신 대기 시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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