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회의원들은 지난 4.15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절대과반 의석인 174석을 준 것을 '성과를 내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믿고 있다. '일하지 않은 20대 국회'에 대한 심판을 야당에게 내렸고 21대엔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이 말하는 '성과'와 '일'은 입법이다. 개혁, 민생 법안의 본회의 통과다.

21대 국회에 들어서자마자 여당이 부동산 관련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을 합리화시킨 근거도 '성과를 내고 일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속도'를 위해 협의나 합의를 생략했다. 야당이 원구성에 합의하지 않자 다수의석을 앞세워 상임위원장 전체를 가져가면서도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저항의 상징인 야당의 '상임위 보이콧'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으로라도 상임위를 열어 처리했다.

'독단'이라는 비판에는 법을 통과시키고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결과'로 말하겠다는 얘기다.

여당의 독주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이 공수처 출범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공수처법을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안에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미리 맞춰놓은 시계'를 들이밀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지 20일도 채 넘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일하는 국회법, 5.18특별법 등 3개의 당론 법안과 함께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여당이 지목한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이다. 이외에도 각종 민생법안이 쌓여있다.

여당은 원하는 법안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내용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따라서 통과된 법안은 여당의 입장이며 여당의 법안이다.

최근 양대 노총, 참여연대, 정의당 등 진보진영에서 여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느슨한 태도에 '당론 지정'과 함께 '기업 편에 섰다'는 비판을 받는 쏟아내는 이유를 뜯어볼 필요가 있다. 여당의 의지와 뜻이 실제 법 통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여당만 보고 있다.

올 연초만 해도 민주당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174석을 얻은 이후 6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흥분과 환호의 세레모니는 끝났다.

절대과반의 집권여당이라는 기회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할 시점이다. '30년 집권'을 목표로 삼을 수는 있지만 '30년 임기'처럼 입법부를 운영해선 곤란하다. 소수정당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비역사적이다. 민주당이 지금의 국민의힘처럼 지리멸렬했던 시절이 있었다. 보수진영이 일본 자민당처럼 장기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때도 있었다.

2015년 김상곤 혁신안에 부정부패 등에 의한 보궐선거에 무공천하겠다는 내용을 당헌을 넣은 것은 추락하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의 생존전략이면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을 공략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절반수준이었다. 현재와 뒤바뀐 모습이었다. 김상곤호의 무공천 당헌은 '우리는 부정부패로 자리를 내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오만'에서 나왔다. 오만의 결과는 한 번도 시행해보지 않고 혁신 당헌을 바꾸는 또다른 '오만'으로 이어졌다.

다시 생각해본다. 유권자는 왜 '174석'을 민주당에 몰아줬을까. 분명한 것은 민주당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 '협치' 등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에 민주당이 목이 터져라 외쳤던 단어들의 진수를 보여주며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

국정농단 처벌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과정의 공정'에 국민들이 환호하고 조국, 인국공 사태 등 '과정의 불공정'에 반기를 든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민주당은 '결과의 정의'만을 외치며 '과정의 독주'를 선택했다. 민주주의는 의사결정 '과정'을 이르는 데도 말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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