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기대가 너무 컸나 … 실망 더 커지는 '국민의힘 초선 58인'

부동산 대안 대신 '추미애 정쟁'만 … 개혁모임 부재

전직 단체장·지방의원 많아 … 영남권 다수도 '한계'

"인재풀 좁고 기득권 강해 인재 총선공천 어려웠다"

등록 : 2020-11-20 11:34:07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그나마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선자 103명 가운데 초선이 절반을 넘는 58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보수를 침몰시킨 이명박·박근혜정권으로부터 공천장을 받지 않은 의원이 다수가 된 것.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초선들이 성실성과 실력, 개혁성으로 국민의힘을 수권정당으로 변모시킬 것이란 기대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국민의힘 초선 58인의 임기 반년을 지켜보면서 실망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 윤희숙 '5분 연설'로 화제 = 국민의힘이 총선에 참패한 직후 초선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숫자가 많은만큼 수렁에 빠진 보수를 새 출발시키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부응하는 모습도 나왔다. 윤희숙 의원은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되는 '5분 연설'로 단숨에 전국적 인물이 됐다. 국민의 어려움을 제대로 공감하고 실력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초선의원을 공천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초선 몸값'은 상한가를 쳤다. 김 위원장은 "초선도 능력이 있으면 (시장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반년만에 초선에 대한 실망도 커지고 있다. 초선들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였던 국정감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윤 의원의 '5분 연설'을 부러워하며 '한 방'을 노리는 초선은 많았지만 민심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공격하는데만 바빴을 뿐 정작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동산 대란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탈북민인 태영호·지성호 의원은 근거도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설' '중병설'을 주장했다가 망신살만 샀다. '5분 연설'로 주목 받았던 윤 의원은 최근 "주 52시간제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이라는 '튀는 주장'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아직까지 철 지난 시장만능주의 이념이나 붙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초선들은 미래연대(16대) 새정치수요모임(17대) 민본21(18대) 경제민주화실천모임(19대) 같은 개혁모임을 만들어 당 쇄신의 구심점 노릇을 했다.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에게 쓴소리하는 '초선의 기개'를 보여줬다. 하지만 21대 초선은 여지껏 눈에 띄는 개혁모임을 만들지 못했다. 일부 초선모임을 만들었지만 '정치적 색깔'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초선은 "3, 4선처럼 행세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자신의 경륜과 실력을 과신해 '초선 같지않은 행보'를 보이는 것. A초선의원은 임기초부터 동료의원들을 가르치려들다가 초선 사이에서조차 외톨이 신세가 됐다. B초선의원은 툭하면 자신을 대선주자나 광역단체장급으로 자평하는 언행을 해 눈총을 샀다.

◆초선인데 대부분 50·60대 = 당내에서는 "사실 초선 58인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뒤늦은 고백이 나온다. 선수는 비록 초선이지만, 전직 기초단체장(6명)과 전직 지방의원(8명)이 적잖았다. '옛날 정치'가 더 익숙한 초선인 셈이다. 판검사 등 법조인(6명)과 고위공직자(7명), 언론인(6명), 교수(6명)도 많았다. 바닥민심을 읽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출신의 한계'가 예고됐던 셈이다.

당선이 손쉬운 영남권 출신이 지역구 의원 40명 가운데 27명이나 됐다. 영남권 출신은 전국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을 읽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영남권 초선의원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뭘 잘못했다고 (김 위원장이) 사과하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초선이지만 대부분 50·60대인 점도 한계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배현진(38) 이용(43) 정희용(45) 조수진(49) 지성호(39) 허은아(49) 황보승희(45) 의원 등 소수만 30·40대다.

21대 총선 공천에 관여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천 인재풀 자체가 워낙 좁았던데다 기득권세력이 강고했기 때문에 좋은 신인을 발굴해 공천 주기가어려웠다. (초선 중에) 인재로 꼽을만한 사람이 열 명 남짓 될까 싶다"고 촌평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twitter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