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임단협 잠정합의, 1인당 400만원 지급키로

기아차 노조 9년 연속 파업 … "8천대 생산손실 우려"

한국시장 철수설까지 제기됐던 한국GM은 25일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대해 노사간 극적으로 합의, 일단 한숨을 돌렸다.
반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사흘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약 8000대의 생산손실이 우려된다.

미국 GM 본사의 경고에도 파업을 강행해 한국시장 철수설까지 제기됐던 한국GM은 이날 4개월 간의 줄다리기 끝에 노사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협력업체 모임이 "살려달라"며 유동성 위기로 인한 부도 가능성을 호소하고, 미국 GM본사에서 "노조 때문에 한국에 추가적인 투자나 새 제품 할당을 하기 어렵다"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합의안에는 사측이 조합원 1인당 일시금·성과급 300만원과 코로나 특별 격려금 100만원 등 400만원을 지급하고, 부평2공장의 생산 일정을 최대한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은 노사간 입장 차이가 컸던 임금협상 주기 2년안은 철회했다.

또 합의안에는 "회사는 한국GM이 GM의 글로벌 생산체제와 제로 배출·충돌·혼잡을 향한 미래 비전의 일원으로 중요한 생산 거점임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철수설에 대한 우려도 잠재웠다.

노조가 조만간 진행할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과반수가 잠정 합의안에 찬성하면 임단협은 최종 타결된다.

이에 따라 노조의 파업 강행과 이에 맞선 사측의 부평공장 투자 계획 보류와 미국 본사의 압박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한국GM의 노사 갈등은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당초 계획대로 GM의 글로벌차량개발계획에 따라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신규 SUV와 C-CUV(크로스오버) 차량을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내년부터 부평 공장에 2천100억원 규모의 생산시설, 장비, 금형 등에 대한 투자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지난 23일 사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부분파업을 하루 유보하고 전날 교섭을 재개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못찾았다. 기아차 노사는 8월27일 상견례 이후 본교섭 13차, 실무교섭 9차 등 총 22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특히 사측이 지난 16일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인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와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8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주요 쟁점인 잔업 30분 복원을 비롯해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전기차 부품의 직접 생산 등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노조는 조만간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파업 연장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측과 협의가 이뤄진 교섭 일정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형님' 현대차 노조와 달리 기아차 노조는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됐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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