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성사

1995년 지선, 무소속 돌풍 불구 야권 승리

김종인, 단일화 제동 … 95년 재연 자신감

보수야권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논의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 결과에 따라 역사의 한 장면이 재연될 것으로 점쳐진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2002년 대선의 닮은 꼴이 될 수 있다. 단일화가 불발된다면 1987년 대선 또는 1995년 서울시장 선거와 같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국민의힘 일각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간에 속도를 내던 단일화 협상에 급제동이 걸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2일 CBS 라디오에서 “안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가 야당 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했다. 누가 자기를 단일 후보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가 단일 후보라고 얘기한 것 아니냐”며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되는 소리고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분명히 한 것. 김 위원장은 “우리 당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 책무”라며 ‘안철수 없는 경선’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단일화 논의는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는 3월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선출한 이후에야 안 대표와의 협상 공간이 열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3월 이후 전개될 단일화 협상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단일화 시나리오별로 과거 정치사의 한 장면이 재연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렵사리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면 2002년 대선 모델이 될 수 있다.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막판 단일화를 성사시켜 승기를 잡았다. 단일화가 불발된다면 1987년 대선 또는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모델로 갈릴 수 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평민당 김대중 후보는 ‘4자 필승론’을 내세웠지만 결국 야권분열의 반사이익을 챙긴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승리했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는 여당 정원식, 야당 조순,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나서면서 야권 분열이 우려됐지만 조 후보가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1995년 선거를 거론하면서 “처음에는 다 박찬종이 무조건 된다고 생각했고 선거 3일 전에도 조순씨는 안 된다고 했는데 내가 ‘걱정 말라, 조순씨가 이번에 돼’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번에도 1995년 선거를 재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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