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흔적 지우기 … 서민지원·이민개혁 착수

조 바이든 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호가 항해 코스를 180도 바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코로나 대응과 이민, 환경정책 등에서 트럼프 흔적을 지우고 있다.

4월 말까지 100일간 연방시설에서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했고 가혹한 이민단속과 추방을 중단시켰으며 트럼프 시절 탈퇴했던 WHO와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다. 취임 초에는 의회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트럼프 흔적 지우기, 바이든 코스 변경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방안 밝히는 바이든 미 대통령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그런 다음 의회승인을 받아야 하는 입법에 돌입하고 있는데 가장 우선 의회관문을 통과시키려는 과제는 1조9000억달러 규모로 잡은 코로나 구제법안이다.

그리고 불법체류자 1100 만명 구제와 합법이민 적체 제거를 추구하는 이민개혁법안을 가장 먼저 의회에 제출했다.

백악관과 연방 상하원을 동시 장악한 민주당 최고 지도부는 25일(현지시간)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방하원에서 지난 13일 232대 197표로 가결했던 트럼프 탄핵소추안을 연방상원에 공식 송부하게 되고 2월 8일부터는 퇴임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반란선동 혐의로 상원탄핵재판을 벌이게 돼 워싱턴이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1호 행정명령 '마스크 의무화' =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17개의 행정명령에, 둘째날에는 10개에 서명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WHO(세계보건기구)와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호 행정명령으로 전임자가 끝까지 거부했던 마스크 쓰기를 4월 말까지 100일간 연방시설과 연방이 관리하는 각 주간 항공, 철도, 버스 여행시에 의무화했다. 코로나 대응 조정관에 경제전문가인 제프 자이언츠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국제협력 미국대표에 미 전염병 연구의 대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임명해 코로나 퇴치와 경제위기 극복을 동시에 모색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와는 달리 코로나 대응에 전문가들이 앞장서 정치적이 아닌 과학적, 의학적, 경제적 대응으로 코스를 바꾼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0쪽에 달하는 코로나 대응 국가전략도 발표했다. 바이든 새 대통령은 4월 말까지 취임 100일 안에 5000만명이 두 번 접종받을 수 있는 코로나 백신 1억회분을 추가 공급해 전국민 백신 접종에 가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해 놓고 있다.

◆내달 1일, 하원서 코로나 구제법안 입법 착수 =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난과 불경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민 1인당 1400달러 추가 지원을 포함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3차 코로나 구제법안을 조만간 연방의회에서 승인받는데 전력투구키로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월 1일부터 바이든 코로나 구제법안의 입법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연방하원에서는 과반 찬성으로 신속 가결할 게 확실하다. 연방상원은 2월 8일부터 트럼프 탄핵재판을 벌이게 돼 그 이전에 코로나 구제법안을 최종 통과시킬지, 아니면 그 후로 미루게 될지 곧 판가름 나게 된다.

이에 앞서 행정명령을 통해 강제퇴거 중지령은 3월 말까지, 주택차압 중단은 2월 말까지 연장해 렌트비를 못내고 있는 세입자 5가구당 1가구, 모기지를 미납하고 있는 주택소유자 10가구당 1가구의 불안을 줄여주고 있다.

◆1100만명 불법이민자에 합법신분 기회 =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혹한 반이민정책을 모두 폐기했다. 마구잡이 이민단속과 체포, 추방을 새로운 이민, 국경정책을 수립할 때까지 100일간 중지시켰다. 트럼프의 국경장벽건설도 중단시켰으며 무슬림 국가 미국입국 금지령도 폐기시켰다.

서류미비 청소년들인 드리머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DACA 정책을 다시 강화해 갱신은 물론 신규신청도 재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1호 법안으로 '미국시민권 법안 2021'(US Citizenship Act)을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바이든 이민개혁안은 올해 1월 1일 또는 그 이전에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불법이민자 1100만명에게 합법신분을 부여하고 그로부터 5년 후에는 영주권, 그리고 3년 후에는 미국시민권까지 허용해 결국 8년에 걸쳐 합법신분으로 사면해 주겠다는 획기적인 내용이다. 바이든 불법체류자 구제안이 의회 승인을 받아 시행된다면 1986년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300만명에게 영주권을 부여해 사면한 이래 35년 만에 서류미비자 구제조치가 성사되는 것이다.

바이든 이민개혁안은 합법이민자들에게도 획기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바이든 이민개혁안에서는 그동안 늑장행정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영주권 번호를 20년간만 계산해도 50만개, 100년간 사장 된 것을 모두 계산하면 무려 450만개나 다시 사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한해에 100만개 안팎 영주권을 발급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 등 해외에서 미국이민을 신청하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족 이민 376만명, 취업이민 20여만명 등 4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사용하지 못한 영주권 번호를 450만개를 모두 끌어다 사용한다면 수년, 수십년 대기하고 있는 합법이민 신청자들이 일거에 영주권을 받게 된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