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밖에 존재하는 유력주자 '공통점'

입당이냐 단일화냐 독자출마냐 '갈림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은 제1야당(국민의힘) 밖에 존재하는 강력한 야권주자(서울시장 보궐선거 또는 대선)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1야당과 후보 자리를 둘러싼 신경전이 불가피하다. 안 대표가 첫 타자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야권 단일후보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에 따라 윤 총장의 길도 가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철수 앞의 4가지 선택 = 안 대표에게는 대략 4가지 길이 있다. 첫째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하는 방식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권한 길이다. 안 대표는 중도확장성에 손해가 된다는 명분으로 거부했다. 사실상 불발됐다.
최고위 발언하는 안철수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둘째 국민의힘 경선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실시하는 식이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지만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절충안이다. 안 대표가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이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당에서 실시하는 경선 과정에 무소속 이름을 걸고 같이 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경선이 출발선을 떠나면서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셋째 국민의힘이 경선을 마친 뒤인 3월 초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 간에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후보를 확정한 다음에 그때 단일화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3월이 돼서야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면 단일 후보를 못 뽑을 수도 있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실무선에서 당장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당장 협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결국 4월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넷째 안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가 각자 출마하는 그림이다. 이른바 3자 대결(민주당-국민의힘-안철수)이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3자 구도라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혔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필패 구도"라고 반박한다. 안 대표도 3자 대결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윤 총장은 어떤 길 선택? = 윤 총장은 7월 퇴임 이후 진로에 대해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사회와 국민에 봉사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한 발언이 사실상 정계진출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야권에서는 윤 총장의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야권 관계자는 "차기 경쟁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데다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치에 도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정치 도전 시나리오는 '안철수의 선택'과 유사하다는 해석이다. 두 사람의 처지와 조건이 비슷한데다, 둘 사이에 놓인 시차가 1년도 안되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걷는 길을 보면 윤 총장의 길이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 총장도 안 대표와 비슷하게 △국민의힘 입당 △독자세력화 뒤 국민의힘과 단일화 △독자 출마라는 선택지가 점쳐진다.

첫째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길이다. 제1야당 후보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라는 한계에 갇히게 된다.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 퇴임하자마자 제1야당에 들어가는 모습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윤 총장으로선 안 대표의 성패와 국민의힘 지지도 등을 두루 지켜본 뒤 입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윤 총장이 신당 또는 무소속으로 깃발을 꽂고 세력화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식이다. 윤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하고 독자세력화한다면 본선 승리를 바라는 보수층으로부터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일화 주도권은 윤 총장과 국민의힘 후보 지지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이 압도적으로 높다면 사실상 흡수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셋째 윤 총장과 국민의힘 후보가 각자 출마하는 시나리오다. 2017년 대선에 문재인-홍준표-안철수가 맞붙은 식이다. 야권이 패할 경우 분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와 윤 총장의 처지와 조건이 비슷한데다, 시기도 붙어있어서 둘이 걷는 정치적 경로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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