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방역 사각지대 … 일부선 귀족학교 논란도

경찰이 미인가 교육시설인 대전 아이이엠(IEM)국제학교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해 시설운영자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 이번 사태와 관련 교육계에서는 정부 방치로 관리사각지대에 있는 미인가 교육기관, 특히 기숙형 국제학교 특성상 예고된 결과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은 26일 "대전시와 협의해 시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법령 위반사항 등을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홍천에 머물던 대전 IEM국제학교 수련생들│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IEM국제학교 수련생들이 강원 홍천군의 한 교회에서 생활치료센터로 가는 버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대전경찰청은 해당 시설이 교육시설인지 종교시설인지 명확하게 정한 뒤 위반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청소년들이 생활하던 곳과 급식소에서도 격리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집합금지 명령 위반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수사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시설 관계자들을 입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이 시설에서는 학생 120명 중 11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교직원 확진자 20명까지 더하면 132명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단체 숙식과 칸막이도 없고, 샤워실 공동 사용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이른바 '3밀'(밀집·밀폐·밀접) 환경의 전형이라고 대전시는 전했다. 일부 확진자는 기본 방역 준칙 사항인 마스크 쓰기 조차 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전 IEM국제학교를 운영하는 IM선교회가 광주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미인가 교육시설인 광주TCS국제학교에서도 26일 하룻동안 무려 109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 곳 역시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과 교사 등 135명이 한 방에 몇 명씩 모여 생활하는 합숙 생활을 해왔다.

◆"터질 게 터졌다" = 이런 가운데 교육계 등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인가 교육시설 관리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는데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사실상 제도권 밖으로 방치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학교·학원은 관련법상 지역교육청이 관리감독을 하지만 미인가 교육시설은 책임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다른 종교단체 관할 비인가 대안학교에도 추가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역실태 파악에 나섰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오전 회의에서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 "종교학교와 기도원, 수련원 등 모든 기숙형 종교교육시설에 대해 방역실태를 긴급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미인가 교육기관은 300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국가 지원에서 배제된다. 또 교육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점검을 받지 않는다.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는 수준이다.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 연간 학비 2000만원 = 특히 교육계에서는 아이이엠(IEM)국제학교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안학교들을 이른바 미인가 국제학교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일부는 기숙형 학교로 운영된다.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가 늘어나면서 급속히 증가했다.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외국 국적 또는 일정 기간 이상 해외 체류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또 정규 국제학교는 국적이나 외국 체류 기간 제한은 없지만 연간 4000만~6000만원의 학비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미인가 국제학교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한국 대학에 지원하려면 따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데도 학생이 몰리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해외 명문대 진학에는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학력인증이 교육부 허가에 기반하지만 미국은 비영리 인증기관의 '인증' 여부가 기준이다. 미국 학력인증을 받은 곳을 선택하면 진학이 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사설학원화'됐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의 경우 강남 유명학원 강사를 초청해 입시학원처럼 운영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전 IEM국제학교의 경우 중·고교 교육과정과 검정고시반, 수능수시반, 유학반 등 사실상 학원처럼 운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부 미인가 국제학교 교육비가 연간 2000만원 가량에 달해 귀족학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교육당국 직무유기 = 전교조는 IEM 국제학교의 경우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규'에 따라 학원이라고 주장했다. 학원법 제2조는 '학원은 사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 또는 불특정 다수의 학습자에게 30일 이상의 교습 과정을 제공하는 시설'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등록·미인가 학원을 단속해야 할 의무는 교육감에게 있다는 게 전교조 주장이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성명을 내고 "법적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인가 시설이라도 교사와 학생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교육기관이라면 안전조치는 필수적"이라며 "지난해 9월 중구청이 IEM국제학교에 대한 방역 점검 후 교육청의 방역 지도·점검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시교육청이 미인가 시설이라는 이유로 이 요청을 무시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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