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국무 등 핵심 포스트 윤곽 … 국무부·백악관에 한반도전문가 대거 배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상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블링컨 국무장관 인준 동의안을 찬성 78표, 반대 22표로 가결했다.

블링컨 국무장관 인준과 더불어 백악관 등 핵심 포스트들의 충원이 속속 이뤄지면서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진용이 점차 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상원 인준 통과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 | 미국 상원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동의안을 찬성 78표, 반대 22표로 가결했다. 인준에는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사진은 블링컨 지명자가 지난 19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워싱턴 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에는 과거 한반도 문제를 직접 다뤄본 전문가들이 많다는 특징이 눈에 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핵문제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행정부의 '새로운 전략'이 언제쯤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총괄하는 국가안보보좌관은 제이크 설리번이 맡았다. NSC에 신설된 인도태평양 조정관 자리에 커트 캠벨이 임명됐고,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에는 에드 케이건이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NSC는 경쟁 상대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중동 등 미국의 전세계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지만, 이들이 모두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설리번 보좌관은 과거 국무장관 비서실장,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대북 문제를 경험했다. 캠벨 조정관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를 역임했다.

케이건 선임국장은 주중 대사관 근무 시절 북핵 6자회담에 관여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다.

국무부에도 블링컨 장관을 필두로 '한반도통'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제71대 블링컨 국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오랜 외교안보 참모로 지난 대선에서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 수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오바마 정부 2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을 거쳐 2015∼2017년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당시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에 관여하는 등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2015년 7월 미국이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함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는 데 관여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 인준 청문회에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전통적 동맹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북 문제에서는 미국의 기존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웬디 셔먼 부장관 지명자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활동했고,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경험이 있다.

성 김 전 주한미국 대사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 활동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동아태 부차관보와 대북정책특별대표, 6자회담 수석대표를 거친 '북핵통'으로,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투입되기도 했다. 김 전 대사가 '대행' 꼬리표를 뗄지, 일시적으로 차관보 업무를 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동아태 부차관보에는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바이든 인수위에 참여했고, 최근 브루킹스연구소를 그만뒀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최근 의회 인준을 받아 업무에 착수한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 때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 시행에 관여한 캐슬린 힉스 부장관 지명자를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억제에 중대한 관심을 여전히 두고 있다"(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며 '새로운 대북전략 채택'을 예고한 가운데 한반도 문제에 전문성을 갖춘 외교안보 진용이 짜여지는 것으로 볼 때, 대북 정책 기조를 잡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보다 이른 시일에 입장을 정리하고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캠벨 조정관의 경우, 백악관 입성 전인 지난달 초 한 싱크탱크 기조연설에서 미 행정부가 조기에 대북정책을 결정해 북한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가다듬기 전에 북한이 도발하면 북미관계가 냉각되고 판이 헝클어지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대북 관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