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상하원 다수당을 동시 장악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이 한번에 수조달러씩 쏟아 붓는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올해 안에 연달아 밀어붙인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도박에 가까운 정치적, 경제적 승부수란 평가도 나온다.

취임 한달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도움으로 1조90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민주당 최고 지도부는 바이든 ‘미국구조계획’, 즉 3차 코로나 구호 패키지 법안을 26일(현지시간)까지 하원과 상원에서 민주당만의 힘으로 독자가결해 3월 초부터 시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9000억달러 규모의 2차 코로나 구호 패키지를 서명발효시킨 지 불과 2달여 만에 그보다 2배 많은 1조9000억달러 3차 패키지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바이든 패키지의 최종 가결안에선 2025년 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2배 인상하는 안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총규모와 핵심내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구조계획은 미국인 1억7000만명에게 1인당 1400달러씩 현금지원하고 8월 말까지 주당 400달러 연방실업수당을 지급한다. 17세 이하 자녀 1인당 250달러 또는 300달러씩 매달 제공한다. 이로써 미국의 통상적인 4인가정은 오는 3월 10일을 전후해 5600달러를 은행계좌로 받게 된다.

사회기반시설 2단계 부양책 준비

바이든 구호 패키지의 성사를 기정사실화한 민주당은 차후 추진할 초대형 정책들을 제시하고 법제화 작업에 착수했다. 줄지어 강행될 초대형 패키지들에는 사회기반시설 국책공사가 꼽힌다. 공화당도 대체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초당적으로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로와 철도 교량 학교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보수하거나 확장하는 국책 공사는 트럼프행정부에서도 1조달러 규모로 추진되다가 성공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진영은 2조~3조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추진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공화 상원의원 4명과 사회기반시설 법안을 초당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숙의했다. 이어 노동계 지도자 10명과도 만나 호응을 끌어냈다. 정책 실행에 앞서 사전정지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2050년까지 석유 등 화석연료를 없애고 청정에너지, 전기차 등으로 일대 전환하겠다는 기후변화 대처 방안에는 10년간 매년 4000억달러씩 4조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등 민주당 핵심정책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처방안을 본격 추진중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처는 민주당내 진보진영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놓고 바이든 민주당은 쉽지 않은 도전에 부딪힐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오염을 없애기 위해 석유·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없애고 청정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으로 일대 전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 경제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대선 기간 ‘셰일오일과 가스시추 중단’을 내걸었다가, ‘펜실베이니아에서만 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고전했다. 결국 바이든은 연방소유토지에서의 신규시추만 금지할 것이라고 무마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셰일오일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독립을 달성했고 중국과 러시아,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는 여론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민개혁, 헬스케어개혁 법안 상정

민주당 진영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이민개혁과 헬스케어개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이민개혁과 헬스케어개혁이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바이든 플랜을 반영한 구체적인 법안들이 상하원에서 발의됐다.

민주당의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과 린다 산체스 하원의원은 바이든 이민개혁 플랜을 이어받아 지난주 ‘미국시민권 법안 2021’을 상하원에 공식 상정했다.

이 이민개혁법안에 따르면 1100만명의 서류 미비자들에게 5년 후 영주권, 영주권 취득 3년 후 시민권을 허용한다. 법시행 즉시 합법신분으로 바꿔주고 8년에 걸쳐 시민권을 신청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불법체류자 사면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온 불법체류 청년들인 ‘드리머’들과 농장근로자들에게는 즉시 영주권을 제공해 미국시민이 되는 기간을 5년 이상 단축시킨다는 계획이다.

합법이민에서는 예전에 사용하지 못한 영주권 번호 20만개를 재사용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400만건에 달하는 합법이민 수속자들의 이민적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이민적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이민신청자들이 수년간의 대기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취업이민의 경우 매년 영주권을 발급하는 연간쿼터를 현행 14만개에서 17만 개로 3만개 늘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

헬스케어 개혁의 경우 단일 정부보험까지는 아니지만 민간보험에 정부보험을 추가해 경쟁시키는 퍼블릭 옵션 신설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케인 상원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에 따르면 현재 민간보험만 이용하도록 돼 있는 연방 의료보험시스템(Healthcare.gov)에 정부운영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추가해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의료비용을 대폭 낮추는 이점이 있다고 발의자들은 강조했다.

초대형 프로젝트, 내년 선거 판가름

바이든 민주당의 이같은 프로젝트는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정치적, 경제적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로 불리는 이유다. 집권여당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와 그에 따른 경제난에서 탈출해야 하기에 이같은 도박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민주당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미국이 코로나 사태와 경제난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의석을 잃은 징크스를 깨고 의회 다수당을 지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안에 코로나19 사태를 잠재우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경제를 급반등시키지 못한다면, 그리고 벌써 조짐을 보이는 물가폭등 등의 역효과를 초래한다면, 역사적인 정책 실패로 규정돼 내년 11월 8일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전부 또는 하원의 다수당을 공화당에게 내주는 참패를 맛볼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민주당은 하원의 경우 5석, 상원의 경우 1석만 빼앗겨도 다수당을 상실하는 극히 위태로운 의석분포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빼앗기거나 또는 하원 다수당만 잃어도 집권 2년 만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려한 복귀에 2024년 대선 리턴매치까지 치러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편 USA 투데이와 서픽대가 21일(현지 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59%가 트럼프가 2024년 다시 출마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마하면 지지하겠다는 비율은 76%였다. 바이든 민주당의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또 다시 트럼프의 도전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