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의무 있는 국가채무는 846.9조 … GDP 대비 44%

1268조는 비확정부채, 그중 1044조가 연금충당부채

GDP 대비 국채비율 44%는 양호, OECD 평균은 110%

'나랏빚이 2000조에 육박하고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는 보도에 기획재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

국가채무는 정부가 일관되게 관리해야 할 사안이지만, '코로나 퍼주기'로 국채가 급증하고 나라살림이 위기상황이 됐다는 식의 보도는 '악의적 정치공세'라는 판단에서다. 또 가짜뉴스로 재정상황을 왜곡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정부의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8일 "최근 정부 결산안이 발표된 뒤 한국의 재정상황을 왜곡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실제 결산안을 따져보면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뒀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나랏빚'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국가채무와 재무재표상 부채(비확정부채인 연금충당 부채 포함한 광의의 개념)를 혼동시켜 재정상황을 왜곡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해명 나서 = 기재부는 전날 오후 이례적인 공식 해명자료를 낸 데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까지 거들었다.

홍 부총리는 7일 밤 페이스북에 '국가채무와 국가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통상 '나랏빚'으로 지칭되는 국가채무는 국가재정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상환의무가 있는 채무"라며 "2020년 기준 846조9000억원(GDP 대비 44.0%)"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결산보고서에 언급된 국가부채는 확정된 부채 외에도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할 경우 채무가 되는 비확정부채를 포함한다. 이 재무제표상 표현된 부채(재무제표상 부채)가 2020년 기준 1985조3000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정부와 지자체가 상환의무를 갖는 확정부채는 717조6000억원이며, 비확정부채는 연금충당부채 등 1267조7000억원이란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는 원칙적으로 재직자(공무원, 군인)가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므로 나라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는 전혀 성격이 상이하다"고 했다.

◆국채는 정부가 상환의무를 진 빚 =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하는 이유에 대해 홍 부총리는 "미래시점에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미래(77년간)의 연금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 추정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100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최근 저금리에 따른 할인율 조정(2.99→2.66%) 등에 따른 자동적 증가액(+86조4000억원)이 대부분(86.0%)"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전년과 비교해 100조원이 증가하며 미래 공무원과 군인에게 연금으로 줘야 할 연금충당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데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연금충당부채는 전년 대비 100조5000억원 늘어난 1044조7000억원이다. 공무원연금 71조4000억원, 군인연금은 29조1000억원이 늘었다.

기재부는 연금충당부채는 현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장기에 걸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으로 당장 갚아야할 빚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과 군인이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수입으로 대부분 충당하므로 미래 연금수입을 고려하면 실제 부담액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또 연금충당부채는 미래 연금 지급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할인율과 물가·임금상승률 등 재무적 변수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라 인하한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86조4000억원이 증가했다는 계산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 문제는 정부가 10여년에 걸쳐 꾸준히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이를 국가부채와 직접 연동해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시장에선 국가신용도 A+ =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서도 주요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해 늘어난 국가채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며, 재정수지적자나 국가채무비율 증가 폭도 낮은 모습"이라고 밝혔다.

실제 OECD 통계를 보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한국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2019년 현재 OECD 회원국 전체 평균이 110%인 반면 우리나라는 42.2%에 머문다. 미국은 108.4%이고 일본의 경우 무려 225.3%다. 아직 최종집계가 되지 않은 2020년치를 추정하면 한국은 44%로 늘었지만 미국, 일본 등은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정부부채 변화 추이를 보더라도 한국의 정부부채 증가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전년 대비 2020년 일반정부부채 변화 폭을 보면 한국은 6.2%p(41.9%→48.1%)가 늘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평균 17.9%p(104.8%→122.7%), 세계 평균은 14.1%p(83.5%→97.6%)가 늘었다. 우리나라보다 최대 3배 이상 부채증가 속도가 빠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0년의 경우 세계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정부재정을 집중투입했지만, 결국 우리나라가 최소비용을 투입, 모범적인 결과를 얻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