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교육권위원회 조직실장

올 2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서대문구의 미혼·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을 찾아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어 엄마도 (아이를) 잘 보육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정상적인 엄마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정신질환 미혼모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반응이었지만 ‘정상적인 엄마’라는 말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을 듣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며 싸워왔던 가치,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그 사회적 낙인의 기준을 철폐하기 위해 싸워온 장애차별의 역사가 여전히 우리 앞에 있음을 확인했다. 그 거리에서의 투쟁의 시간들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장애인이라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몸의 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회적 차별과 혐오가 문제다.

대중교통이라는 이동의 권리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노약자, 유모차를 밀고 있는 누군가는 애초의 설계에서 배제되었다. 20년 전 오이도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지금도 거리에서 우리는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버스를 멈추고 싸운다. 이동이라는 기본적인 일상의 수단이 박탈당한 자들, 갈 수 없는 문턱 앞에서 더 이상 뒤돌아서지 않으려는 이 싸움은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마찬가지로 가족의 구성과 돌봄, 양육의 기본조건은 장애나 한부모라는 특성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다. 장애 혹은 한부모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육정책이 수정되고 동반되어야한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시급

‘정상가족’이라는 것은 어떠한 범위에서 정의되는 것일까. 정상의 기준을 국가가 통제하고 범주를 정했을 때 그 정상성 밖의 존재들은 ‘비정상성’으로 낙인찍힌다. 기존의 사회가 장애와 가난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듯, 문제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은 지워진다.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이법의 명칭은 바꿔야 한다. ‘건강’이라는 개념은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기존 가족의 정상성의 역할 유지를 뜻하는 것으로 오히려 정상성을 왜곡하고 있다. 이러하니 장애인의 몸은 그 존재 자체가 차별받는 효과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또 법 조항에 있는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부분도 거슬린다. 이러한 조항은 기존 정상가족 체계, 그리고 그에 따른 가부장 중심의 정상성과 그에 따른 질서를 재생산하고 강화한다.

‘가족해체 예방’이라는 명제 속에서 기존의 가정 내에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거나 억압받은 이들 특히 여성 장애인 청소년들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는 빠져있다. 이런 현실에서 혈연과 제도 가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받는 장애인은 폭력적인 장애인 거주시설이라는 주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가족? 평등권 실현에 위배

정상시민만이 권리를 누리고,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체인 가족구성권에서 기존의 정상성의 가치만을 강조하며 정상가족을 통해 정상성을 재생산하려는 건강가정기본법의 관점은 잘못됐다. 이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행하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목적에도 위배된다. 시대현실을 담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