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권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요즈음 ‘코로나19 4차 유행’을 우려하는 얘기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점차 무뎌진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본인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이 혹시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속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재난은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이슈화되기 마련인데, 이중 잘못된 허위정보는 급속히 유행되면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최근 전세계에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백신 속에는 사람의 뇌를 조정하는 마이크로 칩이 숨겨져 있고, 이런 내용이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감염병뿐 아니라 지진 태풍 등 다른 재난 상황에서도 이러한 사례들이 예외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필리핀 칸델라리아라는 지역에 지진해일이 곧 닥칠 것이라는 헛소문이 돌자, 수많은 사람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한 60대 여성은 세발자전거로 대피하던 도중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내습했을 때 미국에서는 ‘뉴욕 증권거래소가 침수되었다’ ‘수돗물에 박테리아가 생겨 질병을 옮기고 있다’ 등의 허위정보가 나돌아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허위정보 대응 재난관리만큼 중요

이러한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난상황에서 발생하는 허위정보는 직접적으로 인명피해를 유발하기도 하고, 국가의 재난관리에 영향을 주어 간접적으로 피해가 커지게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은 전통적인 재난관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정부를 중심으로 다년간에 걸쳐 이해당사자들과 접점을 찾아가는 합의 정책을 추진하고, 인터넷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허위정보의 노출과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왔다. 독일은 네트워크법시행법(Network Enforcement Act)을 통해 범죄모의 테러 혐오선동 등 형법 22개 조항에 저촉되는 불법 내용물은 즉시 삭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사업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지만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허위정보가 정화될 수 있도록 사회의 자정작용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 대책이 서로 다른 이유는 각 나라별로 정보 표출에 대한 개인의 기본권을 얼마만큼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여건과 국민 개개인의 수용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온라인 활동에 대한 개입 정도와 정책 강도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문화와 특성에 맞은 허위정보 대응 방향과 전략 마련을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재난 속에서 잘못된 허위정보로 인한 국가 행정력 및 자원의 낭비와 사회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허위정보 변별력 높여 신뢰 회복해야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이슈들과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으나 허위정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상생활로 하루빨리 복귀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통한 생체적 면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허위정보에 대한 사회적 면역을 통한 우리 사회의 신뢰회복 역시 중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허위정보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