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후보들, 포럼 먼저 방문

전직의원 회원만 83명 달해

강석호 "정권교체 밀알될 것"

요즘 야권에서는 "대선이든, 전당대회든 출마하려면 일단 마포포럼(더 좋은세상으로) 눈도장부터 찍어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야권에서 각종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가장 먼저 마포포럼을 찾아 자신의 구상을 밝히는게 자연스런 수순이 됐다는 얘기다.

다음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조경태·홍문표 의원이 지난주 마포포럼에서 당 운영구상을 밝혔고, 조만간 주호영·권영세·김 웅 의원 등도 '마포포럼 청문회'에 나선다.

마포포럼의 공식명칭은 더 좋은세상으로다. 지난해 6월 김무성·강석호 전 의원 등 야권 전직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전직의원들의 친목모임은 많지만 국회 인근에 사무실을 얻어놓고 활발히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마포포럼은 창립할 때 회원이 46명이었지만 지금은 83명까지 불어났다. 전직이기는 하지만 유력정당 규모다. 그중 대부분이 매달 회비 15만원을 낸다고한다. 매일 회원 수십명이 마포 사무실에 나와 소식을 주고받고, 매주 목요일에는 분야별 전문가나 현역 정치인이 연사로 나서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주 조경태·홍문표 의원을 초청한 토론회가 29번째에 달할 정도로 연륜이 쌓이고 있다.

마포포럼은 제1야당 국민의힘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지점에서 '역할'을 해내면서 '야권의 큰 형님'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 밖의 당'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차기 대선주자들을 차례로 불러 집권구상을 들었다. 야권 차기주자들이 대부분 원외라 자신을 알릴 기회가 드문 상황을 배려한 것. 안철수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 등이 마포포럼 문턱을 넘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지난해 10월 마포포럼을 찾아 정권탈환 구상을 설명했다. 마포포럼 좌장격인 김무성 전 의원은 창립 당시 "(대선) 승리를 위해 밑거름 역할을 하겠다는 게 이 모임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서울시장 야권 후보단일화를 강하게 추진했다. 오세훈·안철수 후보를 마포포럼으로 불러 단일화 약속을 거듭 받는가하면 안 후보를 비난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압박해 단일화 무산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경선 뒤에는 깨끗한 승복과 지지를 당부했다.

마포포럼은 다음 전당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러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전당대회는 당원 70%, 일반여론 30%로 치러지는만큼 전직의원 83명이 힘을 모으면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김무성 출마론'도 제기됐지만 본인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당 안팎에서는 마포포럼을 겨냥한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당권을 노린다" "야권재편 주도권을 쥐려한다" "전직들의 복귀를 위한 발판"이라는 의심이다. 마포포럼 대표인 강석호 전 의원은 "당(국민의힘)이 하기 어려운 일을 (마포포럼은) 묵묵히 대신할 뿐"이라며 "우리는 사욕은 없고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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