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제식구 면죄부 조사, 대상·범위 확대해야'

경찰, LH직원·친인척·지인 내부정보 공유 정황 확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소속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여부 조사결과를 발표하지만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치단체의 추가조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로 구속된 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친인척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투기, 지방의원 전수조사하라'│지난달 25일 오후 진보당 전북도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까지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20일 강원 지역 시민단체들이 강원도감사위원회의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1차 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조사 대상과 범위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춘천시민연대와 춘천경실련, 사단법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등 3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1차 조사 결과 발표는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추가 조사 계획을 수립해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조사결과에 반발하는 것은 조사대상이 수열에너지, 동서고속철 지역으로 지나치게 한정됐다는 점이다.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택지개발지구나 관광개발지구 주변 토지, 평창동계올림픽과 원주혁신도시의 개발 주변부지 등 꾸준히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곳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조사가 공직자 본인 명의 토지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쳐 직계 존비속의 의혹은 전혀 손대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은 조사 대상에서조차 빠졌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조사인력을 늘려 특별대책반을 확대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도내 양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그동안 평창올림픽 전후 개발 붐과 원주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춘천 다원지구 등 대형 개발사업이 많았는데 이번에 두 곳 조사는 새 발의 피와 같다"며 "조사 대상에 선출직 공직자와 직계가족은 포함되지 않아 오히려 면죄부를 주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강원도감사위원회는 19일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1차 조사를 통해 7개 시군 85명의 공직자가 투기 의심 지역의 부동산 156필지를 소유한 것으로 파악해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은 최근 개발계획이 확정된 춘천 수열에너지 지구를 비롯해 속초·화천·양구·인제·양양·고성 등 동서고속철도 역세권과 배후도시 주변 1㎞ 이내였다.

◆의지도, 능력도 부족 = 대전지역 시민단체와 정당도 공무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 대전시는 '대전광역시 공직자 부동산 투기 감시 시민조사단'이 제기한 '대전광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 제보' 와 관련 투기의혹이 없다고 판단돼 이미 종결된 사항이라고 발표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20일 논평을 통해 "대전시가 19일 시민조사단이 제보한 내용과 관련해 4명의 공무원이 확인됐으나 모두 무혐의 종결했다"며 "시민조사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조사 없이 이미 조사된 내용만을 바탕으로 확인한 무성의한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특히 매입시점이 개발 계획 수립 이전이라 투기와 거리가 멀다고 판단한 대전시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의당은 "사업추진 계획 수립 이전에 토지 개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층조사 대상에서 조차 배제한 것은 문제가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대전시 스스로 계획 수립 5년전 자료부터 조사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졌다. 이들은 "시민들의 요구는 조사범위와 대상을 확대해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조사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차명거래 확인돼 = 이런 가운데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 부서에서 근무하며 얻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로 구속된 현직 LH 직원의 친인척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20일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LH 직원 A씨 친인척 B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B씨는 2017년 A씨 등과 함께 주변인 명의 등으로 광명 노온사동 일대 4개 필지 1만7000여㎡를 25억여원에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토지의 현 시세는 10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법원에 이들이 투기한 혐의가 있는 토지 1만7000㎡에 대한 부동산 몰수보전을 신청해 인용받았다.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의 불법 수익 재산을 확정 판결 전까지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6명의 명의를 동원해 노온사동 일대 22개 필지를 사들였다. 2017년 초 3기 신도시 개발부서에서 근무한 A씨는 당시 신도시 예상 지역의 개발 제한 해제를 검토하거나 발표 시점 결정 등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

특히 A씨는 자신 명의 대신 가족과 친구 등 지인 명의로 땅을 사들였는데, 각각의 구매 시점이 A씨 근무처에서 특정 개발 관련 결정 사항이 확정될 시기와 맞물려 있어 내부 정보를 주변에 공유해 투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A씨가 LH 전북본부 관련자 등에게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정보를 건넨 정황도 확인했다. 경찰은 21일 A씨 등 2명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내부 정보를 주변에 공유하고 차명으로 땅을 투기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업무와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만큼 제기된 투기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경찰청은 21일 울산시청 4곳을 압수수색 중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여운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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