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동산 정책 실패 자인 … 직무 부정평가 증가

민주당 소속 서울 구청장들 "민심이반 크다" 조정 요구

여당 '규제 완화'에 비중 … "정책방향 역행" 반발 거세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부동산 민심 전환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논의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송영길 대표 등이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은 것에 대해 지도부 안에서 "정부 정책방향과 역행한다"는 공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민심을 현장에서 접하는 서울 구청장들은 "민심이반이 우려스럽다"며 당과 정부의 결정을 재촉하고 있다. 임기 내내 여권을 괴롭힌 부동산 정책의 조정작업 역시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부동산특위, 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김진표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준호 의원, 이정훈 강동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 정순균 강남구청장, 박정 의원, 김진표 위원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유동수 의원, 김미경 은평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할 말이 없다" 문 대통령의 독백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또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해서 아주 엄중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평가했듯, 민심 또한 냉랭하다. 한국갤럽이 5월 2주차(11~13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부정평가가 61%였다(긍정 32%). '부동산 정책'을 부정평가 1순위로 꼽았다. 한국갤럽은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실패 자인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해 투기를 막자'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 없는 사람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는 신세가 됐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억제를) 강화하려는 그 목적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데 어려움이 되는 부분들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재보선에 놀란 '완화 요구' 봇물 = 투기 억제, 실수요자 보호, 공급확대라는 정책기조는 유지하되 여론의 불만을 사고 있는 규제를 손 보자는 것이 여권의 논의 흐름이다.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선 당 안에서 이미 공감대가 있다. 여기에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초장기 모기지를 포함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금융규제 완화 방안,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행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표 민주당부동산특위 위원장은 17일 서울 구청자들과 회의에서 "정부가 집값 폭등과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세제·금융조치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로 인해 부작용이 나왔다"며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의 조세 저항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6월 1일 재산세 과세 기준일에 앞서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7명 구청장들은 역세권 공공개발, 재산세 종부세 완화 필요성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원칙 조속히 정하라'는데… = 여당은 현재 논의중인 부동산 정책관련 제도 변화가 기조 후퇴가 아닌 조정이라고 하지만 기존 정책의 핵심 정책수단으로 활용해온 조세권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7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강병원 최고위원은 "특위에서 논의되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다. 부동산특위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강 의원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 세부담 경감은 투기 억제·보유세 강화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방향과 역행한다"면서 "특히 양도세 중과는 2020년 7월 대책 발표 이후 유예기간을 줬고, 아직 시행도 못했는데 이를 또 유예하는 것은 다주택자들한테 계속 버티면 이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최고위 회의에서 "부동산 세제와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는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나 김진표 특위위원장의 '속도'와는 조금 결이 달라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18일 아침 라디오방송에서 "다음 주 초 정도까지는 윤곽을 잡아서 국민께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논의 대상이라고 해서 그 내용이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추스리기 위한 국면전환 방법론을 놓고 여권 내부의 의견조정이 복잡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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