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경선 첫 토론회, '탄핵·백제발언' 설전

정책토론, 양념 수준 … "1, 2위 태도 전환이 관건"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첫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다시 충돌했다.

사면론 백제발언 등 네거티브의 진앙이 됐던 소재를 재소환했다. 비전 중심의 경쟁을 다짐한 '원팀 협약'을 무색케 했다. 코로나 이후 민생회복 방안, 성장·복지정책 등 정책분야 토론은 '양념'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1,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이낙연 후보의 토론 전략이 바뀌기 전에는 신상공세 중심의 토론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TV토론에 앞서 포즈취하는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이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 공동주관으로 열린 본경선 1차 TV토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28일 본경선 첫 TV토론 이후 이재명, 이낙연 캠프는 가시 돋친 설전을 이어갔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토론회 후 논평을 내고 "이재명 후보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기보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흑색선전으로 토론 예의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이 지사의 '백제 발언'과 관련해 "이낙연 후보는 지난해 7월 30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후보를 만났을 당시 '백제 발언'과 '덕담'을 나눈 적이 없다"며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그것을 낡은 지역주의로 포장해 당원과 국민의귀를 현혹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측은 "지난 탄핵 촛불집회 당시 누구보다 먼저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돼 이재명 후보야말로 민주당의 대선후보에 걸맞는 촛불혁명의 계승자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후보들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했지만 결국 국민께서는 말보다는 행동, 실적, 성과를 기준으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켜왔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선택을 받을 확장성을 가졌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토론회 평가 논평에서 두 후보가 상대를 공격했던 쟁점을 연장해서 평가한 것이다. 예비경선이 이재명 지사를 향한 공세였다면 본경선 첫 토론회는 최근 지지율에서 상승세를 보인 이낙연 전 대표에 집중된 양상이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탄핵·백제발언 등을 꺼내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번갈아 공격했고, 김두관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과 이 전 대표에 화살을 겨누기도 했다.

개별 후보에 대한 집중토론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향해 "재난지원금에 관해 '날치기'를 주문했는데 그게 온당한 것인가"라며 "국회에 대한 태도가 오락가락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여야가 합의했다가 야당이 번복하니까 왜 합의를 번복하냐고 야당을 비판했다가 어제는 법사위원장을 넘기는 (여야) 합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어떤 것이진심이냐"고 따졌다.

이 지사는 "법사위 양도를 합의한 것에 대해 (제가) 아무런 권한이 없어 바꾸라 마라 할 수 없지만, 의견은 낼 수 있다. 당원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오히려 (이 전 대표가)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게 문제"라며 "참여정부 때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자고 주장했다가 이후에는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했다가 상황 바뀌면 사면하지 말자고 했다. 언론개혁도 반대하다가 또 태도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냈다가 여론 역풍을 맞고 철회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지역주의 조장 비난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백제 발언'을 거론하며 "발언 녹음을 보내셨는데 그 녹음이 전체가 아니었다"고 지적했고, 이 지사는 "저를 공격하기 위해 지역주의 망령을 끌어낸 데 대해서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반격했다.

공정성장(이재명) 신복지(이낙연) 등 정책이슈가 제기됐으나 토론회 전체 분위기를 끌고 가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나 이 전 대표가 서로를 향해 '불안한 후보' '우유부단한 후보'라는 신상공세 중심으로 가면 네거티브 토론회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본경선 토론회가 정책·비전 경쟁으로 가느냐는 1, 2위 후보의 태도 전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대선 본선에서 만날 야권 대선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지사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촛불혁명을 유발시킨 부패·적폐세력"이라며 "문재인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에 편승해 기회를 가졌는데, 결국 윤 전 총장이 제일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전혀 검증된 바 없고 국정경험도 거의 없다"며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의 종합행정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윤석열씨는 평생 검사만 한 분"이라며 "검사나 판사는 과거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을 하는데 국정은 미래를 준비하고 갈등을 조정하는게 본질이다. 제가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교가 아주 중요한 나라인데 제가 25개국 정상급과 회담한 경험이 있기에 월등히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김두관 후보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정세균·박용진 후보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지목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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