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만에 13만4000명, 5조5000억원 줄어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 덕분, 잠재부실 키워

추가연장 가능성 … "연착륙 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자 등 서민층의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수가 줄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이는 풍선을 꽉 눌러놓은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만기와 이자 유예'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NICE평가정보를 통해 확보한 한국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만 해도 97만8295명이었으나 1년 반이 지난 올 6월말에는 84만4319명으로 13만3976명이 줄었다. 감소율이 13.7%다. 지난해 6월말엔 96만8788명이었고 지난해 말엔 88만3656명이었다.

금융채무불이행자가 갚지 못한 원리금으로 보면 2019년말 46조7560억 원에서 지난해 6월말엔 48조5643억 원, 2020년말엔 42조1534억 원, 올해 6월말에는 41조2525억 원으로 줄었다. 1년 6개월 만에 11.8%인 5조5036억원이 감소한 셈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금융회사에서 50만원을 초과하거나 50만원 이하 2건의 대출을 90일 이상 갚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개인의 채무 상환을 미뤄주는 '프리워크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금융채무불이행자수는 계속 97만명대를 유지해왔는데 코로나19 조치에 따른 만기연장이나 원금상환 유예 등으로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이후 9월과 올 3월 두 차례 연장된 금융지원 조치가 이달말 끝나지만 6개월간 재연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코로나19 관련 금융권 지원실적'을 보면 지난해 2월 7일부터 올 7월 2일까지 만기연장 및 원금상환유예는 59만285건, 140조4535억원이었으며 이자납입유예는 9884건, 1400억원이었다. 만기연장과 원리금 유예가 건수로는 60만 건, 금액으로는 140조원을 뛰어 넘었다.

은행,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은 금융지원으로 가려진 가계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와 함께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을 위협,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개인과 자영업자들의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됐는데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위험수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도 불안의 주요 요인이다.

모 시중은행 부행장은 "상환유예 신청을 했다가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곳도 있어 생각보다 최악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부실여신의 전부는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있어 추가로 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위드코로나'에 대비한 금융 연착륙도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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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백만호 이경기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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