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5명은 "학교가 싫어졌다" "사회를 믿기 어렵다" "취업이 어려워졌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만 9∼24세 청소년 7170명을 설문한 청소년 통계 결과, 48.4%가 학교생활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26.6%는 "코로나19 때문에 친구 관계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사회에 대한 신뢰를 묻는 말에는 43.7%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한 비율(8.3%)과 대비됐다. 향후 진로·취업에 대한 전망도 41.6%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해 긍정 비율(7%)을 크게 앞섰다.

코로나19로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족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한 비율이 22.1%로 부정 답변 비율(9.6%)보다 높았다(그래프).

다행스러운 것은 스트레스 인지율이 평균 34.2%로, 2019년 39.9%보다 5.7%p 감소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 2020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중 경기도 학생 사례 분석 자료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가정경제에 나쁜 영향을 받은 경우 정서적 부분에서까지 아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비교 분석한 김위정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통계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정이 악화하거나 가정 내 불화 등이 심화한 계층의 청소년들은 심리 정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확률이 높다"면서 "이들 취약계층 청소년을 찾아 심리·정서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코로나19가 청소년에게 미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든 것"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부모를 제외한 어른과의 상호작용, 친구와의 놀이나 교류의 기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학교생활의 단절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청소년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 특히 또래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회복탄력성"이라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긍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감사일기와 감정일기 쓰기, 행복 마인드맵 그리기, 복식호흡, 나비포옹법 등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무기력증에 빠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청소년의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노규식 연세휴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비대면 수업 등으로 바깥 활동이 줄면서 기본적인 생활리듬이 무너지고 삶의 의욕까지 잃어버린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우려했다.

노 원장은 "일정한 틀 안에서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시간과 행동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힘을 갖게 해야 한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가족이 함께 식사준비를 하고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상호작용 활동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