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문맹'이 경제적 격차로 이어져

'SNS단문·영상' 친숙,'독서·토론' 정책 있어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 덕분에 한국인들의 문맹률은 사실상 '0%' 수준인 데 반해 문해력 부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해력 차이가 경제적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독서 교육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문맹률은 1966년 1%로 집계된 이후 공식적인 조사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문해력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못 읽는 인구를 나타내는 문맹률과 달리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넓게는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해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대판 문맹'이라는 신조어가 있듯이 글을 읽어도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서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수준1' 비문해인구가 4.5%(약 200만명)에 달했다. 좀 더 확대해보면 중학교 학력 이상의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4' 이하 국민들이(약 20%)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문해력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16~65세 성인 대상) 결과, 문해력과 좋은 일자리 사이에 강한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갖춘 사람들이 최하위 수준에 비해 평균 시급은 60% 이상, 취업 가능성은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문해력이 높은 사람은 더 건강하고, 더 신뢰도가 높으며, 정치에 관심이 더 많고, 자원봉사 등 지역사회 활동에 더 자주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문해력 저하의 주요한 원인으로 독서보다 사회적관계망(SNS)의 짧은 글이나 영상을 더 친숙하게 생각하는 현상을 꼽는다.

안찬수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 경쟁력을 위해)사회적 독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혼자 책을 읽고 똑똑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고 토론하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 등 선진국처럼 문해력 차이가 계층 격차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민간 영역에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문화·교육정책 등 획기적인 정부정책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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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김형선 박광철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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