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용 인사혁신처 차장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2월 몽골 내각관방부 장관 초청으로 수도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얼굴에 쏟아진 칼바람은 대표단을 잔뜩 움츠리게 했다. 우리나라 인사혁신 경험을 몽골 공무원들과 공유하는 행사가 있던 날, 안내에 따라 들어선 강연장은 환영 박수와 진지한 눈빛으로 가득 찼다. 차갑게 굳어 있던 손과 뺨이 금세 열기로 따뜻해졌다.

인사혁신이라는 주제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다소 무거웠을 텐데, 강의가 끝날 때까지 모두 경청하며 여러 질문을 했던 기억이 필자에게는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디지털 인사관리시스템, 세계적 모델로

대한민국의 공공행정은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인사행정 분야에서도 우리의 경험을 듣고 협력을 요청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까운 이웃인 중국 일본과는 장관급 회의부터 실무자 훈련까지 여러 교류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국가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과는 인사 관계 법령 제정부터 공무원 교육훈련까지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협력해왔다. 최근에는 지구 반대편인 중남미 국가들이 우리의 전자인사관리시스템과 공직윤리시스템에 관심을 보여 해당분야에 대한 컨설팅과 플랫폼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우리 인사행정 수준은 실제로 선진국들과 견주어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눈에 보는 정부 2021' 보고서를 통해 공무원 채용과 고위공무원 인사관리 부문에서 한국을 OECD 35개국 중 3위로 높게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서 OECD는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디지털 인사관리시스템이 하나의 중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OECD가 이처럼 대한민국 행정 플랫폼에 대해 주목한 것은 그간의 교류협력 과정에서 전자인사관리시스템이나 온라인 교육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인사행정이 시대변화에 맞춰 혁신 방향을 잘 잡은 덕분이 아닐까라고 자평하고 싶다.

글로벌 인사행정 분야 진출 전문가 늘어

글로벌 인사행정 분야에서 우리 전문가들의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장을 역임한 김판석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인 최초로 유엔 국제공무원위원 선거에서 위원으로 선출돼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중이다.

또 지난 7월에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김판석 교수에 이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유엔 공공행정전문가위원회(CEPA) 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전문가의 국제기구 진출과 인사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수한 평가는 그간 대한민국 국민과 공무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 얻은 결과다. 앞으로도 우리의 강점인 첨단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사제도와 시스템을 더욱 혁신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린다면 한국의 인사행정은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개도국에 대한 공무원 인사혁신 지원은 결국 각국 정부의 경쟁력을 높여 우리 기업과 교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가 이룬 인사행정의 결실을 세계와 나눌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