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이후 '탈홍콩' 기업 적극유치

일본 도쿄·싱가포르와 치열한 물밑 경쟁

서울의 가능성·과제 점검, 컨퍼런스 개최

서울시가 홍콩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허브로 도약한다.

서울시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금융산업 현황을 짚어보고 글로벌 금융허브 도약을 위한 과제와 경쟁력을 확인하는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를 28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1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는 2006년부터 금융산업 최신 이슈와 전망을 다루는 주요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해왔다. 2019년부터는 금융·핀테크 종사자 및 일반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서울금융위크'로 규모를 키워 다양한 부대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대담자로 나선다. 금융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강경훈 동국대 교수와 '금융산업의 미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금융' '2030 아시아 금융중심도시 서울'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나눈다.

서울의 금융허브 육성을 위한 과제와 경쟁력 확보 전략이 집중 논의된다. 금융기관 종사자는 물론 시민들에게는 코로나 이후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담 후 진행되는 세션도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서울의 가능성과 과제를 점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K-금융의 도전과 과제, 금융대전환과 서울의 미래 등을 주제로 토론을 펼친다.

탈홍콩 기업 유치전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20년 5월 홍콩보안법 이후 홍콩 주재 해외기업의 홍콩 이탈이 벌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 홍콩 금융기관은 은행 225개, 보험회사 2765개, 자산운용사 등 기타 금융회사 8929개 등이며 이 중 은행 및 금융회사 52개, 보험사 24개사가 지난해 말까지 홍콩을 떠났다.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7월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기업인 1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기 혹은 중장기적으로 홍콩을 떠나겠다고 답한 이들이 절반(95명)에 달했다.

경쟁도시들의 움직임도 치열하다. 일본 도쿄는 2017년 국제금융도시 계획 발표를 계기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내 펀드매니저가 자사의 운용성과로 고액의 보수를 받은 경우 일정 조건 충족 시 최고 세율(56%)을 적용하지 않고 금융소득 세율(20%)을 적용하는 세제 지원, 홍콩 이탈수요 흡수를 위한 홍콩 내 전담사무소 설치, 영어서류 전담사무소 설치 등 사업환경 개선을 지원책으로 내놨다.

싱가포르도 같은해 '아시아 글로벌 금융센터 로드맵'을 발표한 뒤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0년부터 개방형투자회사(VCC. Variable Capital Company)를 법제화해 홍콩 이탈 헤지펀드(약 310억달러)를 흡수했다. 펀드 등록 편의를 위해 재무제표, 주주명부 공시의무는 물론 법인세, 소득세 및 운용이익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파격적 지원정책 덕에 지난해 말 기준 160여곳의 VCC가 만들어졌다. 펀드 총 규모는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 2022년 '서울투자청' 생긴다 = 글로벌 금융허브 도약을 위한 서울시 회심의 카드는 서울투자청 설립이다. 런던 베를린 암스테르담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적 금융도시들은 200명 이상의 투자유치 전담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에는 20명 규모의 인베스트서울센터 한곳만 있을 뿐이다.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주요 투자정보의 발굴 및 투자유치 전략수립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서울투자청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서울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가 42% 급감(2020년 기준)한 상황에서 2년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하며(102억달러. 2021년 3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시장에서 서울의 투자가치가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컨퍼런스 개막식 축사를 통해 "서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ICT 기반 기술 인프라, 교육, 훈련으로 단련된 인재를 보유한 것은 물론 이미 현금없는 사회(Cashless City)로 진입하는 등 미래 디지털금융에 특화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아시아 금융허브 재편과 신기술 중심 금융산업 변화에 발맞춰 여의도를 디지털금융특구로 조성하고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서울투자청도 설립하는 등 서울을 명실상부한 아시아 디지털금융 허브도시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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