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백신산업 미래 비전·과제 제시

"풍토병 단계와 또 다른 대유행에 대비해야"

코로나19 정부 방역지침이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되는 시점에 대응방안 등을 제시하는 2021화순국제백신포럼이 열려 학계 등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로 6회를 맞는 백신포럼은 11월 4일부터 5일까지 현장 토론과 화상, 유튜브 등으로 진행한다.

올해 주제는 위드 코로나에 맞춰 '대응 방안과 팬데믹 시대 한국 백신의 위상'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전남 화순에서 열리는 국제백신포럼이 국내 백신산업 미래 비전과 과제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제공


◆코로나로 배운 백신 교훈 = 국제포럼에 걸맞게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해 코로나 대응방안을 평가한다. 첫날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코로나 사태에서 배운 글로벌 백신 교훈'을 주제로 강연한다. 엔데믹은 감염병이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상황을 말한다. 그는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이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수십억을 투자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저소득 국가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접종률도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빈곤 관련 질병에 대해서도 자금 지원과 감시, 백신 개발 및 제조, 유통 정책 등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한이 김 라이트펀드 대표는 '건강 평등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강연 자료에서 "정책적 의지와 자원이 있다면 생명과학과 전통적 비생명과학 분야 기술개발로 공중보건에 필요한 핵심 도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술력과 자원이 고소득 국가에 집중되면서 국가별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개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보건 관련 기술을 공중 보건서비스로 생각하고 공평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에선 백신 신기술도 소개한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Ad5/35 키메라 아데노바이러스 백터에 기반한 효과적인 AdCLD-CoV19(코로나) 백신' 주제 강연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예방 백신 실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은 '재조합백신 제조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춤으로써 신속한 접종이 가능한 RNA기반 샤페론 원천기술'을 소개한다. 샤페론은 여러 단백질이 결합한 거대 단백질의 합체 및 해체를 돕는 단백질을 의미한다. 성 단장은 포럼 자료에서 "샤페론 플랫폼은 팬데믹 발생이라는 비상시기에 대비해 저비용 백신을 적기에 제공할 의무를 충족시킬 새로운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백신산업 성장 자양분 제공 = 새로운 기술과 세계 백신산업 흐름을 소개한 백신포럼은 그동안 국내 백신산업 성장에 필요한 방향 등을 제시했다.

2016년 첫 회는 백신개발 난제를 다뤘다. 당시 '에볼라나 메르스 백신개발은 쉬운데, 왜 에이즈나 결핵백신은 불가능한가'를 다뤄 관심을 받았다.

당시 기조 발제에 나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징커나겔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HIV(에이즈)와 TB(결핵)의 경우 바이러스가 변화를 계속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가 없다"면서 "변형인자에 대해 한 가지 백신을 만드는 게 굉장히 힘이 든다"고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2017년에는 '질병 퇴치와 새로운 백신'을 주제로 열띤 토론과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인류 역사상 치사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고 권위자로서 백신 개발에 성공한 낸시 설리반 미국 국립보건원 백신연구소 위원장이 에볼라 백신의 연구 동향과 성과를 소개했다.

2018년에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지향적 백신기술'을 주제로 진행했다. 특히 피터 궝(Peter Kwong) 미국 국립보건원 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제프리 울머(Jeffrey Ulmer) GSK(세계 7대 백신제약 회사) 연구개발 책임자, 성백린 연세대 교수, 샨 루(Shan Lu) 미국 메사추세츠대 교수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 백신 연구 개발'을 주제로 혁신적인 백신 연구개발 성과와 발전 계획을 소개했다.

2019년에는 면역 항암분야 석학들이 참여했다. 면역학 세계적 권위자로서 난치성 자가 질환인 루푸스 발병 원인을 밝힌 임신혁 포항공대 교수, 혈액암 일종인 다발골수종 및 간암 등의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에 성공한 이제중 화순전남대병원 교수 등이 참여해 '전남의 항암 면역치료 산업의 가능성과 국가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시가총액 1조원에 육박한 박셀바이오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포럼은 코로나 영향으로 열리지 않았다.

이준행 2021 화순국제백신포럼 추진위원장은 초대 글에서 "화순은 백신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춘 한국 백신산업 중심지"라며 "대한민국 유일의 백신산업특구"라고 강조했다.

◆도약 준비중인 화순백신특구 = 세계적인 석학들이 백신포럼에 참여하고, 산업계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순백신특구도 성장했다. 백신특구는 2010년 지정됐다. 지정 전에는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 화순전남대병원, 녹십자 화순공장 등이 있었다.

당시 연관기업이 3개였고, 고용인원도 1441명에 불과했다. 백신포럼 2년째인 2017년 연관기업이 25개, 고용인원이 2144명으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에는 32개 기업에 2316명으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도 2010년 2758억원에서 2020년 5786억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 사이 연구 기반시설도 확충됐다.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과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미생물실증지원센터 등이 들어섰다. 특히 화순전남대병원이 있어 전임상 실험이 가능했다. 이런 집적화 노력 때문에 2018년 전국 195개 특구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특구'로 선정됐다.

전남도는 이 같은 성장을 토대로 '2030년 백신 면역치료 중심의 바이오 메디컬 허브 실현'을 목표로 설정했다. 구체적 목표는 기업체 100개, 연매출 1조원, 고용인원 5000명 등이다.

원대한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정부에 '국가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을 요청했다. 복합단지로 지정되면 1조5000억원 가량 예산이 투입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주순선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불모지에서 시작된 화순백신특구가 국가 면역치료 핵심거점으로 성장하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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