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 12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무리한 운동교습으로 수강생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필라테스 강사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필라테스 강사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던 A씨는 2019년 3월부터 B씨를 담당했다. 검찰은 B씨가 자신의 몸상태를 고려한 강습을 요청했지만, A씨는 이를 게을리한 채 '나비자세' 동작 등을 무리하게 반복해 B씨에게 요추염좌 등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혔다며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A씨는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특이한 교습을 한 적 없고, 나비자세에서 10분 이상 강하게 누르는 등 운동을 반복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필라테스는 반복적으로 근육을 수축·이완시켜 강화하는 운동이다.

8번째 강습에서 문제가 생겼다. 강사 A씨가 양쪽 발바닥을 마주보고 붙인 다음 허리를 몸 앞쪽으로 숙이면서 양팔을 뻗어 바닥에 닿도록 하는 일명 '나비자세' 동작을 하면서다.

B씨는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10분 넘게 나비자세를 반복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나비자세 운동 지속시간은 30초 정도였고, 스트레칭으로 인한 통증은 있을 수 있지만 B씨가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정 부장판사는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나비자세는 언제든 그만 둘 수 있고, 무리가 느껴지면 동작을 멈출 수 있는 점 △A씨가 몸을 누르더라도 B씨는 고통을 느끼면 언제라도 그만두라고 말할 수 있는 점 △B씨의 고통 호소에도 A씨가 이를 강행할 동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B씨 주장과 같이 A씨가 고통을 무시하고 장시간 계속해 몸을 누르는 나비자세 운동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또 교습 과정에서 A씨와 B씨의 휴대전화 메시지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B씨가 운동에 어려움을 이야기 하자 A씨는 병원 진료 등을 권한 뒤 "조심히 운동을 진행해보자"고 답했다. B씨가 문자메시지로 고통을 호소하자 A씨는 "몸이 너무 굳어 마사지로 풀었어야 할 정도인 것을 간과한 것 같다"고 회신했다.

검찰은 이러한 문자 내용이 무리한 교습의 증거라고 봤지만 정 판사는 "운동이 결과적으로 해가 됐음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을 넘어, 고통에도 운동을 강행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 판사는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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