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빈 서울시 재정기획관

정부는 2018년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2단계에 걸쳐 8대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2022년 23.7%, 2023년 25.3%까지 인상한다는 2단계 재정분권계획이 발표됐다. 이렇게 되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2.6 대 27.4 가 돼 목표달성에 근접한 것처럼 보인다.

국가 감당해야 할 책임 지방정부에 전가

하지만 서울시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딴판이다. 지역소멸대응 특별교부세, 기초연금 등 국고보조 지원을 포함해 확충되는 지방재정은 총 5조3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고보조사업 지방이양으로 2조3000억원, 지방세 자연감소분 8000억원을 빼면 순확충 규모는 2조2000억원이다. 이중 교육청과 자치구 몫을 빼고 나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519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면 세출은 어떨까? 서울시가 한해 정부로부터 받는 국고보조사업 예산은 2021년 7조1000억원, 내년에는 7조8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 소요재원의 일부만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의료급여 생계급여 주거급여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복지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모두 전국 공통사업이다.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것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이다.

내년 대표 신규 사업인 '첫만남 이용권' 사업이 대표적이다. 신생아가 태어난 모든 가구에 20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이 사업의 서울시 내년 예산이 1000억원(국시비 합계)에 육박한다. 이중 지방이 부담하는 몫이 542억원이다. 서울시도 자치구도 재원부족 때문에 그간 지급하던 출산축하금 출산축하용품지급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자의든 타의든 서울시가 집행하는 국비보조사업비는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1년 예산(2021년 기준 약 40조원)의 31%가 여기에 사용된다.

차등보조율도 문제다. 서울시는 국가보조사업에서 타 시도에 비해 한해 1조9000억원만큼 부담을 더 진다. 사업의 대상이나 재정여건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있을 텐데 정부는 훈령과 지침 등으로 아주 쉽게 결정하고 통보한다.

최근엔 219개 국가사무를 서울시로 이양하면서 기존에 해오던 사무(134개)에 대한 비용지급은 하지 않고 새롭게 이양된 사무에 대해서만 비용을 교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시와 자치분권위원회가 추산한 지방이양 사무에 소요되는 비용은 이의 50배에 달한다. 고작 2% 수준의 비용만 지급하고 일을 맡기는 셈이다.

실질적인 중앙지방 재정거버넌스를

자치경찰제도 마찬가지다. 법에는 시설과 장비 등 예산을 국가부담으로 명시해놓고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이러고도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겠는가?

생산인구 감소는 담세인구의 감소를 의미한다. 철마다 새로운 복지사업을 만들어 국비보조라는 명목으로 지방에 부담을 전가하는 현재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국비보조사업을 감당해내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내년부터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시행된다고 한다. 짜여진 각본에 의해 3분씩 발언하는 대통령 중심 회의가 아니길 바란다. 지방의 현실을 공감하고 대안을 찾는 실질적인 중앙지방 재정거버넌스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