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 감동 못 주고 기존 당원들엔 '상실감' 높여

네티즌 신상까지 전방위 검증 … 정당선 내부검증 한계

"개발도상국 수준 한국정치 보여주는 게 인재 영입 경쟁"

"권리당원만 100만명, 지방의회 등 인재양성 적극 나서야"

정치신인들을 선거 일정에 맞춰 이벤트용으로 깜짝 발탁해오던 관행이 연이어 실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물을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체적인 경쟁력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가 30년 가까이 이어진 만큼 이제는 당내 인재양성을 통해 상향식 등용체제가 필요하다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6일 여당 모 중진의원은 "정치권의 지도부들이 옛날 방식으로 깜짝쇼를 하려고 하거나 뭔가 성공드라마로 감동을 주려고 하는데 여의도 밖의 유권자들은 이미 그런 싸구려 쇼에 속지 않는다"면서 "당내에도 청년들이 있고 인재들도 많은데 이를 발굴하거나 키우려 하지 않고 계속 외부에만 눈길을 돌려서는 오히려 당원들의 기를 꺾는 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세연 고발하는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양태정 변호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법인과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당은 가세연이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조동연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며 조 위원장 본인과 그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여당은 송영길 당대표 주도로 30대 워킹맘인 조동연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앉히고 2030세대 4명에게 과학기술 인재라는 이름을 붙여 영입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조동연 위원장은 사생활과 전문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사생활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뒀다. 영입청년 중 한 명은 1주일전 국민의힘에 이력서를 내며 선대위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했다는 게 야당 의원으로부터 확인됐다.

◆네티즌 인사청문위원회 =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영입되면 곧바로 네티즌을 중심으로 인사청문회가 펼쳐진다. 그의 과거 발언과 행적이 하나하나 검증된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원종건씨를 청년주자로 영입했다가 미투 논란이 불거져 결국 영입철회를 결정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선출직도 아닌데 인사청문회처럼 검증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송영길 당대표는 언론의 사생활 검증에 "의무와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자유와 권리는 방종이고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검증하겠다는 유권자를 막을 방법은 없다.

당에서는 현실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청와대의 인사시스템과 같은 경찰 등을 동원해 세평을 확보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검증을 한다해도 기간이 매우 짧아 실제적으로는 대상과 주변 추천자 등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런 영입작전 = 게다가 인재영입 역시 오랜 숙고 끝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남진희 18세 광주대전환 공동선대위원장과 조동연 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처음 소개받은 후 한 말 중 공통된 게 '며칠 전만 해도 이 자리에 설 줄 몰랐다'였다.

남 위원장은 "이틀 전만 해도 제가 여기에 나올 줄 몰랐다"며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했다. 장난기 있는 말이었지만 중심에 있는 뼈는 감출 수 없다. 조 전 위원장은 "처음 이야기를 주셨던 1주일 전부터 평범한 제가 할 수 있을지 1주일 동안 고민도 깊고 오늘 아침까지도 잠을 못잔 상태로 왔다"고 했다. 영입 작업이 매우 급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이제 '영입의 시대'는 끝났다? =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청년과미래정치위원회(청정위)의 '#내가_미래의_이재명이다' 캠페인 시작을 위한 간담회에서 "청년 발굴, 육성을 하지 않고 당 밖에서 누군지도 모른 채 데려오는 건 비극"이라며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당의 밑천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3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도 "정치권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각 당에서 인재 영입이라고 하는 형식으로 참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제 이분들을 우리가 모셨냐는 듯이 방치한다"며 "(경쟁적인 인재영입은) 검증 자체도 부실할 수가 있고, 또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재 영입이라고 하는 방향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얄팍하고 또 불안정하고 이런지, 한국 정치가 얼마나 선도적이지 못한 채로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 인재 영입 경쟁"이라고 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인재양성 = 또다시 말풍선처럼 띄워 놓고는 뒤로 미뤄뒀던 인재양성 얘기가 나왔다. 박 의원은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 청년세대에 기회를 주고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재 양성을 차단하는 다양한 장애물을 없애기 위한 상향식 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지방의회 등을 통한 인재양성이 절실하다. 현역 국회의원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의회 출신들이 불리한 부분들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인재들이 어떤 식으로 양성될지 주목된다"면서 "지역 인재와 국회의원이 경쟁관계를 보이면서 국회의원이 지역인재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 지역인재들이 두각을 드러낼 기회를 어떤 식으로 줄지 등이 고민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바마가 연설을 통해 대선후보로 이어졌다"면서 "보이지 않는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들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권리당원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70만명이 넘고 국민의힘(책임당원)도 30만명이 넘는 등 100만명이상의 핵심 지지층이 있는 만큼 이들을 적극 양성할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인사들이 만든 '청년정치학교'를 예로 들며 "지금 실제 국민의힘의 중요한 곳에 진출한 청년활동가 정치인들이 다 여기 출신이다"라며 "김대중 정치학교를 열어 우리 당의 훌륭한 선생들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 초중고생들이 배울 수 있게 당이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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