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가치관 건전한 분"

여성비하 논란에 '없던 일'로

국민의힘이 매머드 선대위를 꾸리면서 '새 얼굴'을 앞세우려 애쓰지만, 잡음만 낳고 있다. 이번에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인사가 과거 여성비하와 독재찬양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7시간만에 내정을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최소한의 검증을 하는지도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5일 오후 2시30분 피부과 전문의인 함익병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공동선대위원장은 선대위에서 총괄-상임선대위원장에 이은 고위직이다. 함씨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국민의힘은 함씨에 대해 "여러가지 가치관이 건전한 분으로 방송에서 국민의, 서민의 이야기를 대변하셨던 분이라 그런 취지에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함씨는 수 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쏟아낸 발언 때문에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2014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고 봅니다 … 만약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중 여자를 (병역 의무에서) 빼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단,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할 수 있어요"라고 발언했다. 독재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함씨는 이 인터뷰 때문에 당시 출연하던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함씨는 2017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에 이름을 올렸다가 역시 인터뷰가 문제되면서 제외됐다. 결국 국민의힘이 함씨 영입을 발표한 건 뉴스 검색과 같은 최소한의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았거나, 논란이 된 인터뷰를 알았지만 '뭐가 문제냐'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힘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영희 전 MBC부사장 영입을 추진하다가 민주당에 뺏겼다. 이준석 대표의 반대를 무릅 쓰고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영입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6일 출범하는 선대위에 역량있는 새 얼굴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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