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국민의힘이 한달간의 선대위 구성 진통을 겪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원톱'으로 하는 선대위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7일 전국 시도당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상대 진영도 이제 정비가 되었고, 일 대 일 구도가 완벽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바로 본격적인 선거운동 1일차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며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더 나아가 "김종인 이준석 윤석열, 이 삼각편대의 짜임새 무게감, 솔직히 저 개인적으로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이 아니고 이재명 대 김종인의 대결로밖에 안보인다"며 "저희가 비상한 각오와 노력을 가지지 않으면 굉장히 힘든 선거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인 출현'에 대한 솔직한 고백인 셈이다.

경선승리 후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급등해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벌려가면서 내부적으로 "이제 게임은 끝났다. 우리 힘만으로도 정권을 잡을 수 있다"며 샴페인을 터트렸을 때 김종인 위원장은 "네거티브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착각마라. 사상최악으로 벌어진 양극화 문제에 대한 해법 없이는 정권을 잡을 수 없고, 잡아도 국정을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후보 지지율이 수직추락하자 윤 후보측은 결국 '김종인 원톱 선대위'를 선택해야만 했다.

김종인 등판에 민주당 위기감 토로

김종인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분명했다. "IMF 이후 양극화는 좁혀진 적이 없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양극화는 극도로 심화됐다. 이 문제를 조기수습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다음 정부가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100조원 정도의 기금을 확보하고 체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대선 승리시 100조원 마련을 위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헌법 76조) 발동 등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붕괴하고 있는 자영업자 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철저히 인식하지 않고 취임하면 다음 5년도 행복한 기간이 될 수 없다"며 윤 후보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100조원 동원령'은 '650만 자영업자표'를 겨냥한 것이자, 향후 대선이 본격적인 정책경쟁으로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 집권시 자영업자들에게 5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처음엔 '포퓰리즘'이라 비난했다가 자영업자 동요가 심상치 않자 서둘러 자영업자 손실보상 증액쪽으로 급선회한 바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공약에 대해 즉각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자는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100조원 지원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신과의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종인의 파괴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은 2012년 대선 때 김종인 당시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2012년 대선은 마지막 투표함을 열 때까지 거의 예측불허의 접전이었다. 이 접전의 최종 승부를 결정지은 박근혜 진영의 막판 히든카드가 모든 노년층에게 매달 20만원씩 주겠다는 노인연금 공약이었다.

이 승부수로 노인표는 말 그대로 박근혜 후보쪽에 똘똘 뭉쳤고, 그 결과 근소한 차이로 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비장의 승부수를 준비한 게 바로 김종인이었다.

대선 초반부터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당해 고전하다가 막판에 노인연금 때문에 근소한 차이로 패한 민주당은 김종인의 파괴력을 실감했다. 그로부터 수년 뒤 민주당이 극한 내분으로 와해 위기에 직면했을 때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김종인을 삼고초려해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정책경쟁이 대선판도 결정지을 수도

정책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 위원장이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에게 내린 첫 지시는 "서민에게 와닿을 수 있는 정직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라"였다. 앞으로 무수한 정책이 쏟아져나올 거다.

독일에서 재정학을 공부한 김종인 위원장은 "재정학은 제왕학"이라 말한다. 철저한 재정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추진해야만 정책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당은 앞으로 정말 '이재명 대 김종인'의 대결을 하게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남은 대선까지 90여일동안 네거티브 못지않게 치열한 정책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어쩌면 그 정책경쟁이 대선판도를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선은 역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인 셈이다.

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