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인천광역시 의료원장

2020년 1월 20일, 인천의료원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확진된 이후 2년 넘게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감염병 재난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국가 공동체의 존속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은 감염병의 역사가 증명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국가방역체계는 물론 최고의 병원조차 감염병 대응에는 속수무책임이 밝혀졌고, 정부는 500쪽에 달하는 '메르스 백서'를 통해 감염병 대응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인천·중부·영남·호남·제주 5개 권역에 50병상 이상의 감염병전문병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호남권역에 한군데 겨우 선정만 한 채 팬데믹을 맞게 된다. 코로나19 시작 반년이 지나서야 중부권역과 영남권역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추가로 선정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애초 계획에도 없던 대구·경북권역을 지정해 타 지역의 불만을 산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에 진행 중인 네번째 공모에서는 대상지역을 인천권에서 수도권으로 변경했고, 공모방식도 애초 권역을 선정한 후 다음 단계로 병원을 지정하던 것에서 처음부터 병원을 직접 선정하는 쪽으로 바꾸었다. 인천권을 배제하려는 속내가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살 만하다.

인천 배제는 공공의료정책 실패 자인

인천은 매년 입국자의 90%와 7000만명의 해외 여행객이 이용하는 세계 6위 국제관문도시다. 에볼라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 해외유입질환 의심환자의 대부분은 물론 코로나19와 오미크론변종 1호 확진환자 모두 인천의료원에서 성공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했다.

인천은 법률상 감염병전문병원 지정할 때 고려해야 할 모든 요건에서 우선순위에 든다. 그런데도 매번 지정에서 밀려났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천지역에 대형공공병원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료의 한 축이자 수익성이 없는 감염병전문병원은 공공병원이 맡아 지방정부의 적극적 협력 하에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인천의 유일한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은 인천광역시의료원 한 곳 뿐이며 그조차 300병상 남짓한 규모다.

지금 대유행 중인 오미크론변종의 높은 전파력은 추적조사에 기반을 둔 방역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광범위한 파급을 염두에 두고 중증환자 치명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공공병원을 중환자를 치료할 수준 높은 병원으로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임에도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정부의 딜레마는 결국 300만이 살고있는 인천에 제대로 된 규모의 공공병원 하나 세우지 못한 공공의료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급한 불은 끄고 봐야한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민간병원도 공공의료수행기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기존 감염병전문병원의 절반을 이미 민간병원에 위탁 지정했다. 인천의 한 민간대학병원이 손실을 각오하고 권역감염병전문병원 유치에 나섰고, 인천시와 시민사회가 한마음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천형 감염병전문병원 지정을

수준 높은 공공병원 설립과 더불어 '인천형 감염병전문병원' 지정을 강력히 요구한다. 인천이 튼튼해야 대한민국이 안전하다. 현재 진행 중인 네번째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과정에도 인천을 배제할 것인가. 인천시민은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