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요구엔 양보 안해"

공 넘겨받은 러 반응 관건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답변을 전달했다. 러시아가 건설적 답이 없으면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미국은 이번 답변에 양보안이 담기진 않았다고 밝혀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에서 이번 문건 전달은 미국이 대화에 열려 있고 외교를 우선시한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벨기에 주재 러시아 대사를 통해 같은 문제에 관한 나토의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진지한 외교적 방법을 제시했다며 공은 러시아 코트에 있고 러시아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문서 작성 과정에 조 바이든 대통령도 깊이 관여했다고도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과 나토에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국가들의 추가 나토가입을 배제하고 인근 국가에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담은 안전보장 협정을 요구하는 문건을 전달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답변에 러시아의 우려에 관한 원칙적이고 실용적인 평가를 담았다고 했지만, 주요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머지않은 시점에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이 작다고 언급하면서도 러시아 요구처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확약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나토의 개방정책은 러시아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지를 고수하면서 군축이나 신뢰 구축, 긴장 완화 등은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블링컨 장관은 기본 원칙에는 변화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양국 외무장관 간 후속 회담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이 서면 답변을 전달한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한 상황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시 러시아에 손을 내밀어 대화의 길을 통해 정치적 해결과 긴장완화를 시도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제 관건은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다.

후속 회담이 성사되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남겠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러시아는 그간 자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날은 서면 답변을 전달받았다는 것 외에 아직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언론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외무차관이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의 요청으로 면담했다"면서 "면담 과정에서 미국 대사가 앞서 러시아 측이 (미국 측에) 전달한 안전보장에 관한 양자 조약 초안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서면 답변을 건넸다"고 밝혔다.

앞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미국 측의 요청이 있으면 러시아가 서면 답변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답변의 핵심과 내용은 일반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적 답이 뒤따르지 않고 서방이 공세적인 노선을 지속하면, 러시아는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